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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호주 NSW의 셀렉티브 하이 스쿨 Selective High School은 한국의 특목고

by thegrace 2020. 6. 9.

지인으로부터, 한국의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에서 이곳의 한 셀렉티브 하이스쿨의 이름이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제임스 루스 농업 고등학교(James Ruse Agricultural High School)이었을 겁니다. 수년간 학업 성적에서는 호주 전체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는 무시무시한 학교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의 교육에 대글을 올리는 제가 그 학교를 가리키는 셀렉티브 하이 스쿨(Selective High School, 선택적 고등학교)에 대한 정보를 다뤄볼까 합니다.

 

한국의 특목고 즉, 특수 목적 고등학교라고 하면, 학생들의 특별화된 교육을 목적으로 한 전문 고등학교라고 하죠? 사실 저는 한국의 교육제도는 잘 몰라서 찾아봤습니다.

 

특목고의 종류를 보니, 외국어 고등학교(외고), 국제 고등학교(국제고), 과학고등학교(과학고), 예술고등학교(예술고), 체육고등학교(체육고), 마이스터고, 농업/수산/공업/해양계열의 고등학교라고 나와있네요. 제가 오래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보다 그 종류도 학교의 수도 더 많이 늘어났더군요. 출산율이 감소하는데 비해 이런 학교의 빈도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호주에는 공립학교인 셀렉티브 하이 스쿨(Selective High School)이라는 학교가 있습니다. 제가 쓰고자 하는 셀렉티브 고등학교에 대한 글은 아마도 한 번의 포스팅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학교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과 교육 목적부터 입학시험에 대한 것까지 다각도로 조명해 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셀렉티브 하이 스쿨 Selective High School이란?


이 학교의 특성은 근 30년 가까이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교입니다. 한국의 특목고 중에서도 학업성적에 뛰어난 아이들이 주로 가는 외고나 과학고 정도의 학교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입학은 7학년(year 7)부터 시작되고 12학년(year 12)까지 있습니다.

 

이곳의 일부 부모님들의 생각처럼, 학업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나 영재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학교는 절대 아닙니다.

 

부연설명: 우리가 알고 있는 영재(Gifted Children) 상위 5%의 아이큐(IQ)를 가진 아이들을 말합니다. 학업에 우수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Talented Children 이라고도 하는데, Talented Children은 경우에 따라 학업성적 상위 10~15% 까지를 포함 합니다. 보통 영재들을 위한 학교라고 일부 학부모님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이런 셀렉티브 스쿨들은 상위 성적 10~15% 정도의 영재와 재능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는 곳입니다.

20~30여 년 전에는 한때 진정한 영재를 위한 학교이기도 했습니다만, 학업성적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꼭 상위 5%의 영재들은 아닙니다. 보통의 아이큐(Average IQ appox. 100)를 가졌어도 학습능력이 잘 발달한 아이들은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 교육은 이 기준의 위와 아래로 맞추어져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참조: 10여 년 전 UNSW의 GERRIC에서 추최 하는 Gifted and Talented Education 세미나에서 들었던 것과, 자료를 근거로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 드라마에서 이곳의 한 유명한 셀렉티브 스쿨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거론되었다고 주변 지인에게서 들었습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의도로 그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사실 주 정부가 처음 이 학교를 만들 당시의 교육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곳, 뉴사우스 웨일지(NSW) 주의 셀렉티브 스쿨들은 일부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입니다. 아마 한국과 다를 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에 비해 들어가는 문이 좁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과도한 경쟁이 생겨나고, 사립 코칭스쿨(사교육, 학원)의 시장이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온 많은 이민자들의 높은 교육열과 과열된 사교육으로 인해 처음 의도했던 진정한 호주의 중등교육의 목적은 이미 사라졌다고 합니다.

 

출처: abc News Australia from Youtube

▲자료: Sydney Girls High School, 1883년 셀렉티브 스쿨로 시작. (NSW State Achives) 


셀렉티브 스쿨의 설립 목적과 역사적 배경


셀렉티브 스쿨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1880년~1910년 사이, 신분이나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균등한 중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로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종교적 기준을 두지 않고 사립학교와는 구별되는, 일종의 '평등한 중등교육 기회'를 모두에게 주자는 의도였지만, 사실 당시에는 백인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 가정들의 자녀들이 이 학교들을 많이 갔다고 합니다.

 

호주의 중등교육은 1960년대까지도 보편화되지 않았었고, 1980년대에 들어서야 모든 사람들이 12학년을 마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호주의 흑역사, 1901년도에 법으로 제정되었던 화이트 오스트레일리아 정책 White Ausralia Policy, 즉 비유럽인들의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던 이 법은 1973년도에 정식으로 폐지되었습니다. 이 법이 폐지되고 아시아 국가들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이 셀렉티브 스쿨들은 호주 원주민들은 제외 대상이었고,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습니다. 참 어느 나라나 불공평한 시대상은 다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화이트 오스트레일리아 정책 폐지 이후, 197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시아 이민자들의 유입과 동시에, 그들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이 셀렉티브 스쿨은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1950~60년대 셀렉티브 스쿨들이 종합학교의 형태로 바뀌고, 엘리트 위주의 교육이라는 비난 아래 학교의 본래 성질이 죽어 가던 중, 아시아 이민자들의 교육 열정으로 인해 1980년대 말부터 이 학교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NSW 주는 재능 있는 아이들(Talented Children)의 교육을 위한 학교로 다시 이미지를 개선합니다. 학문적으로 재능이 있는 영재(Academically Gifted Children)들이 일반 학교에서 방치되고 있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다시 횔성화된 셀렉티브 하이스쿨로,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중산층 이민자 가정들의 자녀들이 몰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한 백인 중산층 가정들은 사립학교로 많이 이전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The Conversation Review, Australia Citizenship, NSW Education Department, smh 외 기타)

 


말 많은 셀렉티브 스쿨


상위 셀렉티브 스쿨들의 기울어진 인종 분포도, 과열된 사교육 시장과 치열한 학교 성적 경쟁의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부모들 사이에서는 관심 또는 가십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업성적으로 수년간 호주 전체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셀렉티브 하이 스쿨 같은 경우에는 아시아 인종의 학생들이 거의 99.9%라고 할 만큼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이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재미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쪽 부모들은, 아시아 아이들이 그만큼 학업에 뛰어나기 때문에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라고 얘길 하고, 그 반대쪽 부모들은(백인이나 기타 아시아 부모들) 그들을 푸싱 맘(Pushing Mum)이라 하여 자녀들을 사교육으로 훈련시켜 셀렉티브로 넣는다고 비난합니다. 저의 관점은 두 의견다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Pushing Mum: 사전에 등록돼있지 않는 일종의 은어로, 자녀들의 높은 학업성적을 위해 무리하게 공부시키고 몰아치는 부모라는 의미로 말하곤 합니다. 주로 교육에 열성적인 대부분의 아시아 부모들이나 일부 백인 부모들을 가리켜 이야기합니다. 타이거 맘이나 헬리콥터 맘과 쌍벽을 이룹니다. 좀 재미있습니다.

셀렉티브 스쿨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의 셀렉티브 스쿨들이 호주의 학업성적 랭킹에서 항상 상위에 들고, 대학 입학시험 결과에서도 탑 10 안에 드는 NSW 고등학교들 중에 상당수가 이 학교들입니다. 이 학교에 자녀가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기도 합니다. 이곳의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아마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 같습니다.

 

제가 과거에 이곳에 자녀의 교육 때문에 이민을 왔다는 분들로부터, 한국의 사교육의 과열과 지나친 경쟁이 싫어서 왔다는 공통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자녀들이 좀 더 여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왔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그분들의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한국과 별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들을 하십니다.

 

제 생각에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과열경쟁이나 학업성과에 치중된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든 호주에서든 어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부모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호주에 왔으니 좀 더 여유로운 학교 생활을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이곳의 교육문화가 한국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 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보다는 공부를 덜해도 원하는 셀렉티브 스쿨이나 좋은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서 경쟁률이 높은 현지 대학의 인기 학과인 의대, 치대, 수의대, 법대 같은 곳들은 미국 하버드 대학 입학보다 어렵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셀렉티브 스쿨의 다수 학생들이 선망하는 학과이자 부모들의 소망이다 보니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또한, 이곳은 한국사람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중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의 자녀들과 경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중국 본토나 싱가포르, 인도,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의 자녀교육 기대치가 아주 높습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가진 학생들과 경쟁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분야에서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셀렉티브 스쿨은 학업에 우수한 성적을 내는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비슷한 관심사와 실력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업성적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이 학교를 동경하는 것은 아닙니다. 뛰어난 학업성적을 가진 학생들 중에서는 사립학교의 장학생들로 선발되어 가기도 합니다. 또한, 일반 공립고등학교로 진학해 자신의 페이스대로 잘 해내는 학생들도 많고, 일부러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요약 하자면, 아이가 뛰어난 두뇌와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셀렉티브 스쿨을 꼭 들어가거나, 모두 다 그 학교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정마다 선택의 기준이 다르고 교육의 방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출처: smh photo by Marina Neil


NSW 주 셀렉티브 스쿨의  종류


현재 NSW 주에는 17개의 전체 셀렉티브 스쿨(Fully Selective High School), 4개의 농업 셀렉티브 스쿨(Agricultural Selective High School) 그리고 25개의 고등학교 중에 부분적으로 셀렉티브를 운영하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농업 셀렉티브 스쿨(Agricultural Selective High School)은, 교과 과정에 농업이 필수과목으로 들어갑니다. 닭도 키우고 농업기계도 다룹니다. 하지만 설립 초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학업성과가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셀렉티브 스쿨이다 보니 농업의 특성화 교육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수년간 호주 전체 1위를 하고 있는 James Ruse Agricultural High School 이 있습니다.

 

농업 셀렉티브 스쿨
Agricultural High Schools
셀렉티브 스쿨
Selective High School
부분적 셀렉티브 스쿨 
High Schools with selective Classes

Farrer Memorial Agricultural
High School,
(Tamworth)


Hurlstone Agricultural
High School, 
(Glenfield)

James Ruse Agricultural
High School, (Carlingford)

Yanco Agricultural
High School, 
(Yanco)

Baulkham Hills High
Caringabah High
Fort Street High
Girraween High
Hornsby Girls High
Merewether High
Normanhurst Boys High
Northern Beaches
Secondary College,
(Manly Campus)
North Sydney Boys High
North Sydney Girls High
Penrith High
Smiths Hill High
St George Girls High
Sydney Boys High
Sydney Girls High
Sydney Technical High

Alexandria Park Community School
Armidale High, Armidale
Auburn Girls High
Blacktown Boys High
Blacktown Girls High
Bonnyrigg High School
Chiatswood High School
Duval High, Amidale
Elizabeth Macarthur High
Gorokan High School
Grafton High, Grafton
Granville Boys High School
Karabar High, Queanbeyan
Macquarie Fields High School
Moorebank High School
Parramatta High School
Peel High School, Tamworth
Prairiewood High School
Rose Bay Secondary College
Ryde Secondary College
Sefton High School
Sydney Secondary College,
(Balmain Campus)

Sydney Secondary College,
(Blackwattle Bay Campus)
Sydney Secondary College,
(Leichhardt Campus)
Temp High School

 


한국에서 특목고의 폐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는 기사를 이번에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오히려 반대로 학교를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셀렉티브 하이스쿨의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가 해마다 계속 증가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시드니 도심가로 집중되는 인구 밀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신설될 셀렉티브 하이스쿨을 NSW 주의 서남쪽에 개설할 예정이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2019년도, 셀렉티브 하이 스쿨 7학년으로 입학할 예정자들의 시험 점수가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호주 전체 1위인, 제임스 루스 농업학교(James Ruse Agricultural High School) 같은 경우는 입학 성적(Entry Score)이 300점 만점에 250점으로 그 전 해보다 20점 정도가 상승했습니다. 그해에 유독 아이들의 성적이 우수했기에 다른 년도들에 비해 입학이 더욱 어려웠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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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포스팅에서는 셀렉티브 하이 스쿨 입학시험 Selective High School Entry Test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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