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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홈스쿨링과 유태인의 하브루타 Havruta 교육법

by thegrace 2020. 6. 7.
호주 시드니에서 홈스쿨링

홈스쿨링 교육과 여러분이 잘 아시는 유태인의 전통적인 하브루타(Havruta) 교육법의 연결 고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하브루타를 처음 알게 된 건, 약 10년 전쯤 홈스쿨링을 준비하던 중에 보았던 유튜브의 한 비디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홈스쿨링 관련 자료들을 보다가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 정치를 이끌어 가는 리더(Leader)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유태인들에 대해 분석한 어느 미국 프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브루타 교육법에 관한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본 적은 없지만, 그 프로를 통해 어떤 교육인지 알게 되었죠.

 

1900년도 초중반, 하버드에 유태인 학생들의 입학이 늘어나고 그들의 독특한 학습법은 굉장히 시끄럽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도 토론을 하는 자료 비디오를 보고 조금 놀라웠습니다. 수업을 듣고 노트 정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끊임없이 교환하고, 문제점을 찾아내고, 수용하며 시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교육법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리더로 활동을 하는 유태인들이 증거입니다. 그 후, 한국에서도 그 교육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는 당연히 유행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그냥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았을 뿐, 이 교육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단편적인 기억'은 제가 홈스쿨링을 할 때나 지금이나 제 교육방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홈스쿨링에서의 하브루타식 토론교육의 시작

좋은 경청자가 먼저되기

Listener


말을 잘 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지식이 풍부한 화려한 언어 기술은 아무도 공감하지 못합니다. 말을 잘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베스트셀러를 사서 읽어보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정말 대단한 기술입니다. 대화법이 훌륭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으니까요. 이게 바로 하버드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라며 어느 하버드 교수가 얘길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좋은 경청자 보다는 제 주장을 말하는 거에 더 익숙합니다. 이런 대화법은 문제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굳어버린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 정도 조절은 하게 되더군요.

 

제 아이는 말을 참 잘합니다. 논리적으로 내세워 이야길 하면 사실 제가 대부분은 지고 맙니다. 이런 아이에게 제가 잔소리처럼 하는 이야기는, 정확하게 이야기 하는것도 좋지만 그전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걸 절대 잊지 말라고 합니다. 상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내하고 끝까지 들어주는 걸 많이 연습하라고 합니다. 사실, 아는걸 또 듣는 건 시간 낭비 같기도 하지만, 끝까지 듣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을 할 줄 아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에게 좋은 교육 모델이 되고 있는 하브루타식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Photo by  Luis Quintero  from  Pexels

 


정보 수용 방법

세상을 바르게 읽기


좋은 경청자의 자세를 갖추었다면,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에 앞서 여러 관련 지식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제 할아버지는, 항상 뉴스를 보시고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여러 신문들을 읽으시는 모습입니다. 저에게 그날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티브이에서 하는 뉴스보다 만화프로를 더 보고 싶었던 저는 불만이었지만, 집안의 어른이신 할아버지의 습관 때문에 보기 싫어도 뉴스를 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저도 할아버지가 보는 신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모르는 한자는 물어보며 읽어 나가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뉴스를 보거나 신문기사를 보고 여러 가지 대화를 할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잘 이해를 못하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설명을 장황하게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좀 더 깊이 있는 관점과 논의가 필요하면, 자료를 찾아보도록 하고, 아이가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나갔습니다. 될수록 저의 판단을 아이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홈스쿨링을 할때 제가 아이를 도와줬던 부분은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였습니다.

▶정확한 뉴스나 정보를 찾아보는 방법

▶공신력이 있는 뉴스 보도라 할지라도 쉽게 정보를 수용하지 않고 여러 자료들과 비교 분석하는 습관

▶좀 더 심층 있게 파고 들어가는 자세

 

 

《뉴스를 읽는 방법》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가짜 뉴스를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엇이 가짜 뉴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기 이전에 단편적인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입니다. 

 

저희랑 유독 가까웠던 한 홈스쿨링 가족과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습니다. 공신력 있다고 알려진 언론사들마저도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보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사실이 아닌 정보를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미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가족들을 통해 그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을 배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이에게도 그렇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니까요.

 

저희가 했던 가장 기본적인 방법중에 하나는, 공신력 있는 뉴스 보도를 똑같은 주제로 보도된 다른 언론사나, 또는 필요에 따라 다른 나라의 언론사까지 찾아 읽어 보고 비교해 보는 겁니다. 미국과 중동국가의 문제에 대한 보도를 봤다면, 같은 문제를 보도한 그 중동 국가의 뉴스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 나라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요. 귀찮을 수도 있고 시간이 없어서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들인 이 습관은 다행히 잘못된 정보를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빈도수를 그나마 줄여주고 있습니다.

 

Photo by  brotiN biswaS  from  Pexels

 


말하기

토론과 연설

Debating and Speech


어떤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할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만한 어느 정도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느냐입니다. 

 

말문이 트인 아이들은 두서없지만 질문도 많아지고 말도 많아집니다. 어떤 아이들은 단순히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질문을 많이 하거나 목적 없는 질문들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런 무의미한 질문들은 엄마를 지치게 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대화법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를 아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게 토론이었습니다. 잘 구성된 전문적인 토론 방식을 적용하는 게 아닌, 그냥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 상대에 눈을 맞추고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말해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대화를 하도록 했습니다. 

 

홈스쿨링을 했던 당시, 부모님들 중에 변호사와 정치인 보좌관을 하셨던 분이 계셔서 디베이팅을 처음 접할 수 있었고, 대학원에서 '대중 커뮤니케이션(Public Communication)'을 가르치던 대학원 강사(Lecturer)가 있어서 스피치를 일찍 시작할 수 있었던 거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희 홈스쿨링에서 했던 토론과 스피치 수업방법은, 상업적으로 잘 만들어진 토론과 스피치 수업형식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토론과 스피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 분야 전문가 출신들인 홈스쿨링 부모님들의 생각은, 처음부터 절대 어떠한 절차나 형식을 가르쳐 아이의 폭넓은 생각을 방해하는 테크닉적인 수업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희는 최대한의 자율적인 발언 기회를 주되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고 자신감 있는 의사 표현을 즐겁게 하도록 분위기만을 조성해 주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아이의 큰 재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홈스쿨링의 전반적 교육방식은 유태인의 하브루타 교육방식과 유사합니다. 

 

Homeschooling

 


학교로 돌아간 후부터는 학교 디베이팅 팀에 함류하여 학교 간 대회를 계속 참가하고 있고, 스피치도 꾸준히 하고 있어 좋은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아이가 열정을 가지고 하는 활동이고 너무나 재미있어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히 뉴스를 많이 보게 되고 정치, 사회, 국제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뉴스를 읽고 어떻게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지만, 아이와 심층적인 대화를 나눌 만큼 충분한 지식이나 안목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전문성이 있더라도 절대 아이에게 저의 시각을 가르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을 시키려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발 물러서서 아이 스스로가 사고력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만을 제공했던 부분이 제 아이에게는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있다 보니,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홈스쿨링을 통해 시작한 토론과 스피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아이에게 주었고, 그 후 디베이팅 워크숍에 기회가 있을때 참여를 해서 그 분야의 전문적인 선생님들로부터 필요한 기본적인 토론형식을 익혔습니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신의 주장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게 익숙할 때쯤, 제대로 된 절차와 방식에 대한 교육이 나중에 들어간 것입니다. 지금은 학교팀 코치로부터 전반적인 리뷰를 받고 지속적인 실전경험을 통해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경청하고, 정보를 바르게 찾아보고 그리고 자신 있게 자신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건,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되었던 이러한 정보 수용 방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육방법 #홈스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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