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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우리 집에 온 고양이 셔벗

by thegrace 2020. 4. 29.

 

 

2016년 입양하던 날, 셔벗이 잠들 푹신한 매트를 고르고 있을 때 입양 소 직원이 그랬습니다.

 

고양이는 자기가 자고 싶은 곳을 찾아 옮겨 다니니 매트를 구입해도 항상 거기서 잠들지는 않을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자기 집 고양이는 멀쩡한 잠자리 놔두고 항상 자신의 침대에서 잔다고 합니다.

 

고양이 미용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직원이 저를 보고 활짝 미소를 짓더니, "고양이를 미용하는 곳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어."

 

Oh No.

 

꼭 씻겨야 하는 상황이면 전신마취를 하고 한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스스로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일명 고양이 세수.

 

어쩔 수 없이 고양이 전용 물수건을 구입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환경에 놓인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붙잡고 물수건으로 꼼꼼히, 빡빡! 닦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대충 발을 닦고 풀어 줬습니다.

 

직원이 닦아주고 향기롭게 해 주었지만 수개월을 입양 소에서 있었던 아이인지라 몸에 붙은 더러움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Sherbet 2020

 

한참을 집안 이곳저곳을 탐구를 하더니 제일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식탁 밑, 앉아서 저희를 관찰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편히 있으라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Make yourself at home.~

 

셔벗이 집에 오고 첫밤이 찾아왔습니다.

 

저희들의 궁금증은, 태어나서 물로 씻어 본 적이 없는 셔벗이 오늘 밤 어디서 잠을 잘 것이냐였습니다.

 

모두 자러 들어가고도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계속 돌아다녔습니다.

 

밤이 깊도록 셔벗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려할 때 제 침대로 펄쩍 뛰어오른 아이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게다가 착지도 제대로 못해서 제 가슴을 똬악!

 

그리고 올라오며 내는 소리 "흐으응~"

 

이소리는 그 후에도 언제나 셔벗이 침대를 오를 때 내는 시그니쳐 ASMR이 됩니다. 

 

꾹꾹이.

 

바로 제 얼굴 옆, 저를 노려보면서 제 비싼 이불을 꾹꾹 한동안 누르더니(마치 담요를 펴듯) 스르르 자리를 잡고는 눈을 깜빡깜빡거립니다.

 

그리고 새벽녘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깰 때까지 잠이 드나 싶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악몽을 꾸듯이 몸을 꾸물 거리며 잠꼬대를 하는 겁니다.

 

악몽을 꾸는 듯 내는 소리가 좋게 들리지 않아서 등을 살살 쓰다듬고 두드려 주며 괜찮다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

 

It's okay, I'm here, it's okay.

 

신기하게도 소리를 멈추고 몸을 편히 놓더니 잠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입양센터에서 지냈던 나날들이 편치 만은 않았을 겁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거고 예쁜 언니들이 잘 돌봐줘도 마음 둘 곳 없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익숙한 환경, 자기의 영역이 확실한 곳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의 습성상 다른 고양이들과 공간을 나눠갖고, 낯선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에서

많이 불안했었나 봅니다.

 

(케이지는 개별적으로 분리를 시켜서 운동하는 곳과 잠자는 곳까지 잘 마련해 주었더라고요.)

 

Sherbet 2020

 

딸아이가 어릴 적에 잠을 잘 자지 않아서 제가 많이 힘들어었습니다.

 

이제 그 고생이 끝났나 싶었더니, 셔벗이 오고 나서 한동안 돌아다니는 아이 때문에 새벽에 잠이 깨고 잠꼬대를 심하게 해서, 꼭 제가 쓰다듬어 줘야 잠이 드는지라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Sherbet 2020

 

이렇게 편히 자기 시작했습니다.

오라고 하면 가버리고, 오고 싶을 때 오고.

 

제 딸아이와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 셔벗

2020/04/28 - [라이프 Life/호주 일상] - 우리집 고양이 셔벗 She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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