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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공룡탐구를 통한 효과적인 첫 학습 시작의 접근 방법을 예시합니다

by thegrace 2020. 6. 18.

학교 입학 전, 학원이나 개인과외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부모와 집에서 충분히 해 보실 만한 것들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번의 포스팅을 거쳐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계획을 세우거나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아이에게 좋은 학습 습관을 갖게 해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일, 제 글들을 읽으시고 동감을 하셨거나, '바로 이거야' 하는 내면의 울림을 느끼셨다면,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제 글을 읽으며 기억을 하셨거나, 아니면 뭔가 감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형상화 또는 실행시키지 못했던 것들을 제 글로 인해 반영을 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렇듯, 제가 시도했던 방법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직장을 나가시는 부모님들은 시간이 부족해서도 실행에 옮기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부모와의 교감이 아이들에게는 어느 훌륭한 선생님보다도 더 좋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지도하는 것이 전문 선생님보다는 서툴더라도, 아이를 도우며 함께 해 나가시면 됩니다. 학습은 꼭 잘 가르쳐야 효과를 보게 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 방법, 어떻게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요?

예시: 첫 학습(공부)의 접근 방법


얼마 전 제 이웃 블로거님의 글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 공룡 모형이 있는 공원에 놀러 갔는데, 아이가 왜 지구에서 공룡들이 사라졌는지 질문을 했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이러한 질문을 한 것은, 곧바로 학습으로의 구체적인 접근을 해 볼 수 있다는 아주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Dinosaur Cannibalism, Planet Dinosaur, BBC youtu.be/Qqs8 uRBD56 A

제가 올렸던 포스팅 중에, '예술에서 IT까지 호주 시드니의 MAAS Power House Museum'이라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아이가 공룡전시회를 보고 공룡에 대해 한동안 푹 빠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때, 거의 모든 공룡의 이름과 특성을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여러 장의 공룡그림들을 그리고 그 옆에 간단한 정보도 써놓는 작업을 혼자서 몇 시간이고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날 공룡 전시회장에서 점심까지 사 먹으며 거의 6시간 가까이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떠날 때 공룡에 대한 책도 사 왔고 공룡 모형들을 사서 직접 조립해 집에 전시도 해놨습니다. 아직도 아이 책장 위에는 그 모형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완전히 몰입을 해 버린 공룡에 대한 탐구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단순히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핵심 주제(Core)인 공룡을 시작으로 많은 소주제의 가지들이 뻗어 나갔습니다.

 

▶ 핵심 주제 (Core)에 관한 설명은 '홈스쿨링 장점 교육과정(Curriculum)과 성취도'를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2020/05/12 - [교육 Education/교육 정보] - 홈스쿨링 장점 교육과정(Curriculum)과 성취도

1. 공룡의 종류와 이름을 직접 찾아 그린 그림 옆에 적고, 살았던 년도나  서식지(Habitat)에 관한 정보도 기록합니다.

일단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공룡을 시작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프린트해서 큰 공책에 붙이고 그 옆에 기록을 합니다. 이는 아이의 호기심과 흥미를 구체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읽기와 쓰기 작업도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맞춤법 또는 띄어쓰기를 틀리더라도 절대로 그때그때 고쳐주려 하지 마십시오. 아이는 부모의 제재 때문에 생각의 고리가 끊어져 버리고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려도 아이가 쓰고 싶은 것을 맘껏 쓰게 두는 것이 훗날 사고의 확장과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일 아이가 전혀 글을 쓰지 못한다면, 공룡의 이름만이라도 직접 따라서 써 볼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칭찬을 하며 다 쓸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나머지 정보들은 프린트 한 자료를 옆에 붙이고 같이 읽어 나가면 됩니다.

 

2. 다큐멘터리 같은 비디오를 통해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나면, 엄마인 저에게 이해한 것을 말로 설명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공룡의 소멸시기와 그 배경에 대한 여러 자료도 함께 찾아보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봅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굉장히 좋은 효과를 많이 불러옵니다. 학습을 할 때 소리를 내어 알고 있는 내용을 끄집어내는 것은 뇌의 기억력 회로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뉴런(Neorons)이라는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가 가지를 치듯 생성되어 아이의 지능 발달에 좋다는 뇌과학 전문가의 조언이 있습니다. 또한, 이게 바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학습법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자료를 보고 이해를 한 것에 대해 부모에게 다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로 얼마만큼을 끌어냈는지의 차이를 몇번 겪어보면 다음에 자료를 볼 때는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이런 습관이 어릴 적부터 시작된 아이들은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고 시험을 보게 될 때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학습습관을 키우는데도 분명 큰 도움이 됩니다.

 

단, 절대 아이가 틀린 이야기를 해도 '아니야, 이게 맞아'라고 하거나 정답을 알려 주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틀린 정보를 잘못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 질문을 해 보십시오. 질문을 듣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식하고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만 주는 것이, 아이의 인지력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3. 모든 작업이 끝나면 정식 프레젠테이션 시간을 가져 봅니다. 

아이가 그동안 만들었던 공책이나 기록장, 그리고 그림들을 가지고 가족들 앞에서 정식으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시간의 제한을 두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끝낼 때까지 다 들어주고 격려해 줍니다. 될수록 비판이나 지나친 충고는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큰 생각의 폭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디오를 찍어서 기록해 두고 다시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어릴 적에 가끔 주변 사립학교에서 하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이탈리아 로마의 역사를 배우고 피자를 만들어 온 적도 있고, 전기의 원리에 대한 것을 실험과 함께 배운 적도 있었고, 인간의 뇌의 구조와 생각의 패턴에 대해 배워온 적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에게 무엇을 배웠고 기억하는지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간단하게 휴대폰으로 녹화를 하곤 했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20~30분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합니다. 중간에 저는 집중력을 잃고 비디오만 찍은 적이 많습니다. 사실 어디가 틀리고 맞는지 정확히 모를 때도 있지만 아낌없는 칭찬만은 잊지 않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비디오를 다시 보면 아이가 배운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왔는지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추억으로도 간직할 수 있고요. 

출처: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이 바로 '집중 학습법(Depth Study)'입니다. 12년 학교 교육과정의 근본적 원리는 대학과정의 깊은 연구자세를 갖추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습의 수준은 대학 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학습을 접하는 방식은 대학과정에서 하는 심층적인 단계랑 비슷합니다. 

 

오직 공룡에 관한 탐구와 여러 응용 활동들은 아이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며칠에서 몇 주 또는 몇 달이 될 수도 있지만, 처음 얼마간의 집중적인 탐구력은 시간이 갈수록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방법을 해본 아이들은 그다음에 생긴 새로운 흥밋거리도 이렇게 해 나가게 됩니다. 학습법(공부법)에 일종의 지도(Map)가 생긴 거죠. 

 

이러한 학습법을 아주 어렸을 때 경험해본 아이들은, 성장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능숙해지고 깊이도 깊어집니다. 굳이 영어나 수학을 당장 시작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가 뒤처질까 봐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만의 공부 지도(Study mapping)가 생긴 아이는 후에 어떤 과목을 공부하던 그 방법을 활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습득 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저는 그 당시에 이러한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작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아이가 어떤것에 호기심을 갖는 것을 보면 스스로 싫증이 날 때까지 맘껏 탐구해볼 기회를 주자는 생각에서 해본 것들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제대로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보충설명을 덧 붙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뭐든 깊이 파고들어갔던 그러한 공부법 때문이었는지, 결과적으로 아이의 학습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고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높은 내신을 내는 것이 공부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제가 홈스쿨링을 하게 된 계기 중에 하나가, 아이를 '우등생 바보'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아이가 조금 뛰어나다고 해서 주위에서 똑똑하다, 영리하다... 이런 말을 들으며 내가 최고다 라는 우둔한 생각을 어린 나이에 일찍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보는 세계가 작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그 좁은 울타리 안에서 최고가 되어 주변의 주목을 받다 보면 그 세계관은 더욱 좁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종종 학교에서 잘하는 것이 결코 네가 원하는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꼭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아이가 언제나 기억하고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이러한 학습법을 하도록 유도했던 이유는, 공부란 알고 싶은 것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쪽찝게 과외 선생님이 명료하게 정리해주는 족보나, 정리가 잘된 노트를 받아 공부하는 것은 단시간에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러한 방법들을 피해 가는 것을 아이에게 일찍 알려주려 했습니다. 무언가를 배울때에 깊이, 넓게 공부하는 습관은 처음 학습을 시작할 때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이 글에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공부 방식은 저희 홈스쿨링 가정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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