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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학습의 첫 시작의 열쇠는 엄마와 동화책 읽기입니다

by thegrace 2020. 6. 16.

지금까지, 홈스쿨링을 했던 경험, 여러 교육 프로그램(아직 더 있습니다), 한국과 호주의 교육시스템, 호주의 교육 수준, 호주 NSW 주의 특목고인 셀렉티브 하이스쿨 그리고 '한국의 영재교육'과 비슷한 맥락의 초등학교 OC 시스템에 대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저번 글에서 다루었던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아이의 학습 적용시기에 대한 견해를 이어서, 여러분들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집에서 간단한 영어책을 읽어 줄때의 좋은 팁도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가 적용했던 제 아이의 처음 교육은 아주 기본적인 원리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아이가 알파벳을 배우거나 숫자를 배울 때도 학습지나 교육프로그램을 찾아 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기초적인 엄마와 아이의 놀이를 통해 즐겁고 자연스럽게 해 나갔던 것이 효과가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그렇게 하고 계실 겁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 주라고 권합니다.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 그리고 좋은 독서의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첫 출발점 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어로 된 책을 읽어 주기가 힘들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엄마들 처럼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가 어려웠을뿐더러, 언어와 함께 오는 그 느낌의 표현방식도 문화의 차이가 있다 보니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동화책 수십 권을 어렵게 구해서 읽어 주기도 했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인 아이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작가 백희나 씨의 '구름빵(Cloud Bread)'이었습니다. 고양이 얼굴이 나왔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과 스토리 때문에 저 또한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작권 분쟁 소식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이가 좋아했던 책이라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strid Lindgren Award)'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스스로 책 읽기의 시작


아이와 일주일에 두어 번은 도서관을 가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책도 빌려 올 수 있지만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아주 많습니다. 

 

홈스쿨링을 할 때는 다섯 군데의 다른 도서관 회원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각 도서관마다 가지고 있는 책도 다소 차이가 있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여러 행사들을 잘 이용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1. 지역 도서관의 스토리 타임(Story Time)을 이용하기

한국도 아마 잘 되어 있겠지요? 이곳은 각 동네마다 있는 도서관에서 유아부터 학교 입학 전 아이들을 위해 매주 2~3회 스토리 타임을 갖습니다. 시간대는 주로 엄마들이랑 아가들이 외출하기 좋은 10~12시 사이, 또는 오후에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서관 사서가 읽어 주기도 하지만 가끔 동화책 작가들이 초대되거나 크라프트(Craft) 선생님, 풍선 만들어 주는 크라운(Clown) 등 다양한 분들이 초대되는 프로그램들도 운영합니다.

 

이곳의 많은 부모님들이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들 손을 잡고 와서 30~40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사람 앞에 모여 앉아 귀를 기울입니다. 끝나고 나면 간단한 만들기 시간(Craft time)도 갖습니다. 도서관 측에서 아이들 손이 다치지 않게 설계된 작은 가위와 크레파스, 종이 등의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 주면, 엄마랑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리고 붙이며 손의 근육도 발달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아이들 손가락의 움직임은 뇌의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런 후에는 자주 보는 가족들과 도서관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그 어떤 교육보다도 훌륭한 배움의 장소입니다.

출처: Photo by  Lina Kivaka  from  Pexels

2. 좋아하는 책을 손가락을 이용해 반복해서 읽어 주기

제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이 뚱뚱한 고양이(Fat Cat) 이야기였습니다. 약 20페이지가 넘는 동화책이었는데 한 페이지에 10~20 문장 정도가 귀여운 고양이 그림들과 함께 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뚱뚱한 고양이가 결국엔 캣 플랩(Cat Flap)에 걸려 살을 빼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웃기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꼭 우리 집 고양이 셔벗 같군요.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하루 저녁에는 수십 번을 읽어야 할 정도였고, 급기야 비디오를 찍어서 틀어주기까지 했지만 결국엔 제 목소리로 다시 읽어 줘야 했습니다. 똑같은 부분에서 깔깔 대고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지만, 저는 지쳐가고 있었죠.

 

미국에서 발간된 지 오래된 책이다 보니 구입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두 번의 연장을 해 주었지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아이가 무척 좋아했습니다. 다른 책도 같이 읽었지만 이 책만은 새로운 책들과 함께 꼭 읽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읽어 줘야 하는 양이 늘어만 갔습니다.

 

어느 날 너무 읽기 힘들어서 아이에게 '엄마가 목이 아파서 못 읽겠어. 네가 읽어줄래?'라고 푸념을 했는데, 정말 아이가 읽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 많은 문장들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며 읽더군요. 알고 봤더니 눈치로 대략 그림에 맞는 문장들을 외워버린 것을 마치 읽는 것처럼 흉내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다 외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을 다 외웠던 그 사건으로 인해 아이는 글을 읽는 데 일찍 눈을 떴습니다. 제가 손가락을 짚으며 읽어주던 버릇 때문에 아이가 각 단어의 소리도 기억을 하고 있었던지, 많은 양의 단어를 이미 눈으로 익히고 외우고 있더군요. 그 후, 정식으로 읽기 공부가 들어갔을 때는 순풍에 돛 단 듯 순식간에 다 끝내고 그림이 거의 없는 챕터 책(Chapter book)을 이른 나이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어책) 읽기 Tips


알파벳을 먼저 읽고 쓸 줄 아는 게 방법은 아닌 거 같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아이가 단어나 문장을 사진처럼 머릿속에 입력을 했다면 소리 나는 대로 흉내를 내며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사운드와 음절(Syllable), 단어의 조합이 단계적으로 차츰 들어가며 하나의 문장 구성까지 이어집니다. 

 

and, but, is, are, if, this, that, or, to, in, out, here, there, who, what, he, she, it...

책을 읽다가 이러한 짧은 단어들이 나올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이에게 소리를 내어 함께 읽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소리내어 읽을 때 순간 멈추었다가 그 뒤를 이어갑니다. 엄마가 항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책을 읽어 줬기 때문에 아마 아이는 그 단어 모양의 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차츰 단어의 개수를 늘려 갑니다. 몇 개의 단어를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지 한번 같이 세어 보세요. 그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제가 어느 날 책을 읽고 있는데, 아이가 먼저 그다음 단어를 읽을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 읽는 책이었는데 다른 책에서 봤던 익숙한 단어의 소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시험 삼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이가 몇 개의 단어를 기억하고 있는지를 세어본 적이 있습니다. 약 350개가 넘는 단어가 이미 암기가 되어 있더군요. 그때 깨달은 방법입니다. 

 

그 후에 알파벳을 쓰고 읽기가 들어갔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아 그림같은 알파벳 글씨였지만 혼자 스스로 쓰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뭐든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것을 잘 찾아 뿌리를 그곳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 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부모님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요즘은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빠르다 보니 학습정보를 받아들이는 연령이 굉장히 어립니다. 게다가 한국에 있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같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더군요.

 

오래전 한국에 갔을 때 어디서나 마주쳤던 아이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해외로 영어 연수를 꼭 가지 않더라도 이젠 한국에 있는 아이들도 원어민들과 영어를 공부하다 보니 외국인을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발음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하는 부분은 언어 구사력의 수준과 깊이입니다. 언어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모국어 구사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할 때 모국어만큼 월등해진다고 합니다. 홈스쿨링 가족분 중에 언어학자 한분이 계셨는데, 그분 말씀으로는 언어의 전환은 마치 스위치와 같아서 한 언어를 잘 구사하는 만큼 다른 언어 또한 그만한 수준으로 빨리 끌어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하고 언어의 발달이 튼튼하게 잘 형성된 아이일수록 다른 언어의 습득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는 것을 저 또한 제 아이를 보며 느끼고 있습니다. 

 

자녀가 어리다면, 무엇보다 주변의 동화책 읽기 프로그램이나 도서관 방문을 많이 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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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포스팅에서는 책 읽기와 이해가 무엇인지, 이곳 학교 저학년에서는 왜 중요한지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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