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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한글의 아름다움

by thegrace 2020. 5. 16.

홈스쿨링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는 시점에, 몇 년 전 아이와 3개월 가까이 한국에 머무른 적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나라도 잠깐 여행하기도 했지만, 아마 이때가 해외에 살게 된 후, 한국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거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음식, 언어, 문화 등 여러 면에서 힘들었던 시간들 이었지만,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오래 있어 보았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한국을 더 알려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세계의 전쟁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아이를 데리고 군사 분계선 DMZ을 방문하고 땅굴까지 걸어내려가기도 했답니다. 제가 어릴 적 수학여행 갔을 때 걷는게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한, 그곳을 제 아이와 그것도 걸어서 땅굴을 다시 걸어 들어갈 줄은 몰랐었습니다. 아이가 절대 기차는 안 타고 직접 경험을 해 보겠다고 했기 때문이었죠. 흥미 있어할 만한 곳들을 찾아,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만, 그나마 DMZ이 제일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만 11살 이상이라는 나이 제한 때문에 판문점을 못 간걸 너무 안타까워 했었지만요.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제대로 먹지를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많은 곳을 가 봤지만, 그나마 먹을걸 찾은 게 광화문에 있는 Paris Croissant 이였습니다. 유일하게 그 집 빵 한 종류를 다 먹었기에, 여러 번을 갔었습니다. 저도 그곳의 샐러드가 너무 맛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장의 지하로를 어느날 구경하게 되었어요. 아무런 계획 없이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그곳에서 이순신 장군과 역사에 대해 전시 해 놓은 것도 구경하고, 붓을 이용해 한글로 자기의 영어 이름을 써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작은 관광상품점에서 발견한 엽서를 가져와 집에 놓아두었습니다.






해외에 나와서도 한참동안도 한글이 예쁘다는 생각을 못하고 살았었는데, 그때 이 엽서를 본 순간 한글이 저에게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몇개를 더 구입해 호주로 돌아와서는 주위분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뜻도 설명을 해 드렸더니 너무 좋아 하셨습니다. 한글은 처음 본데다 마치 도형같은 글자라며 독특하다고 흥미로워 했어요.


제 집에 이렇게 액자에 넣어 놓아두니, 의미도 좋지만 제가 아끼는 그림과 함께 너무 잘 어울립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한글의 아름다움을 뒤 늦게 발견하였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알게 된 타타오님과 연. 문방구님이 있는데, 아마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일 겁니다. 유명하시답니다. 


타타오님은 한국의 먹을 이용해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의미 있고 재치 있는 글을 올리시는 분으로, 제 고양이 셔벗의 그림을 그려 주신 고마운 분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에도 출연도 했었습니다. 덕분에 호주 시골에서 버려졌었던 고양이가 큰 대접받았습니다. 


연. 문방구님은, 얼마 전 새로운 블로그를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아름다운 캘러그라피를 쓰시는 분이세요. 이분의 글을 본 순간 제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기에 글을 올리시는 날이면 구경을 갑니다. 


요즘, 이 두 분의 블로그를 출석하면서 더욱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 글씨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악필입니다. 잘 쓰고 싶은 생각도 사실 없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글과 글씨를 보는 건 좋은 그림을 보는 것처럼 무척 즐겁습니다. 요즘은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니 저도 먹처럼 진하게 물이 들어가는 나이인가 봅니다. 


외국인들은 한글을 처음 접하면 대부분 하는 말이, 마치 그림 같다. 도형들을 조합해 놓은 거 같다. 정말 이쁘고 신기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들이 느끼는 그 독특한 언어를 제가 이렇게 자유롭게 쓰고 있네요. 


오늘 문득 선반 한 곳에 놓인 이 글을 보고 얘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하나 씁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는 너무 흔해서 너무 자연스러워서 느끼질 못했던 한글의 아름다움이 오늘따라 더욱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와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 함께 '행복한 동행'을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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