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Life in Australia

시드니 오늘의 풍경 학교등교

by thegrace 2020. 5. 13.

 5월 13일 수요일, 시드니


거의 두 달여 만에 아이가 학교를 갔습니다. NSW 주는 격일제 또는 모임 인원수 10% 미만으로 그룹을 나누는 등 여러 형태로 각 학교들이 등교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딸아이 학교는 이번 주부터 소 그룹으로 등교를 시작했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2주 정도 진행해보고 그다음은 완전히 등교를 시작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을 하겠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안심이 되지 않아 아침에 직접 태워다 주었습니다. 2달 여를 가까운 가게에 잠깐 시장만 보다가 조금 멀리 나가본 거리의 풍경은 확실히 달라 보이더라고요. 


원래는 차가 항상 밀리는 시간 인 데도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하고, 많은 가게들이 오랫동안 문을 닫아서 인지 마치 죽은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엔, 이 시간이면 운동 나온 사람들이나 출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항상 열려있던 카페들이 닫혀 있었고, 가게를 내놓겠다는 사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보였어요.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붐볐던 거리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오갔습니다.






최근에 집계된 현재까지의 NSW 주 Pandemic(Covid-19) 현황은, 

총 테스트 인원: 320, 828

확진자: 441

회복인원: 2571

사망자: 47 명 입니다.



이제 곧 일반 비즈니스들도 다시 문을 서서히 열게 할 방침이긴 하지만,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상 방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학교 등교에 대한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딸아이는 온라인을 더 하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제 아이 같은 경우는 온라인 수업에 최적화된 상태입니다. 홈스쿨링 DNA가 아직 살아 있었는지, 두 달 전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실행하자마자 자신의 데스크를 '후다닥' 셋업을 하더군요. 큰 스크린을 연결하고, 게임용 자판을 Laptop으로 연결해 불 조절도 하고, 오디오 체크, 비디오 체크 등 알아서 척척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동안 지켜보니, 제 아이는 온라인 수업이 썩 맘에 드는 눈치였습니다. 일단,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되고, 학교를 가지 않아도 친구들과 맘대로 수다 떨 수 있고, 시간 효율성이 좋으니 하고 싶은 거를 더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보통 학교가 끝나면 각자 바쁜 스케줄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야 했기에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온라인 수업 시작 뒤로는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고 해요.


얼마 전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간단한 운동을 하고 아침 공부를 한 뒤에, 학교 온라인 수업을 아침 8.20부터 오후 3시까지 하고 나면 친구와 비디오를 켜 놓고 같이 운동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숙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는 등 할 일을 마친 뒤에 9시에 자더군요. 저는 8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아이의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여튼 너무나 완벽한 일상을 꾸리는 아이를 보고 마치 과거 책에서 본 듯한 '미래형 교육'에 이미 최적화가 되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 등교를 결심하기 며칠 전 저와 잠시 대화를 가졌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니 이왕이면 학교에 갔다 오는 게 어떻겠는지를 물으니, 온라인 수업과 학교 등교의 차이는 '상반신만 아이들에게 보여주느냐, 전신을 보여주느냐' 차이 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온라인 수업을 하면 앉아서 서로 상반신만 볼 수 있는데 학교를 등교하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전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차이만 있다는 설명이죠. 좀 웃기더군요.


이유는, 호주는 1.5미터 거리두기에 대한 규율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벌금이 아주 무겁고요. 학교에서 수업을 하더래도 이 규칙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손도 잡을 수 없고, 허그(Hug)도 못하고, 붙어서 이야기도 못하죠. 떨어져서 수업하고 밥 먹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다 집에 와야 하느니 그냥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게 낫다는 거죠.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만 생각할 수는 없고, 몸도 움직여 줘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엔 오늘 학교를 가게 됐고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가 봤더니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느라 딸에게 부탁을 해 사진을 좀 찍어봤습니다.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가 있는 서큘러 키(Circular Quay)를 지나는데,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많던 곳이 텅 비어있더군요.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척 궁금하군요. 평소처럼 친구들과 가까이 붙어 있지를 못하니 참 이상한 하루를 보냈을 거 같아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