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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시드니 학교 생활과 학교 앞 분식 맛집

by thegrace 2020. 9. 19.

온라인 수업이 끝난 시드니 학교 생활

시드니는 이제 곧 텀 3 방학이 시작됩니다. 아이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학교 등교를 시작한 후 큰 탈없이 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차로 직접 등하교시키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꽤 많습니다. 저는 직접 아이의 등하교를 도왔는데, 고등학생이 된 아이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부족했던 대화 시간을 운전 중에 충분히 가질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학교 행사나 일정들이 많이 취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아이는 여전히 바빴습니다. 기존에 했던 여러 활동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을 뿐 그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도전해 보는 드라마는 학교 방송부에서 영상으로 제작했고, 학교 간 디베이팅 대회는 온라인을 통해 각 학교에서 화상으로 진행이 되어 결승전만을 남겨놓고 있으며 일 년에 한 번씩 치르는 스피치 등급 시험도 온라인을 통해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두 개의 주요 스피치 대회 중 하나는 취소가 되었지만, 나머지 하나는 온라인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라 녹화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물론 퀴즈와 단원 테스트 등 학과목 시험들과 학교 과제들로 정신없는 몇 주가 흘렀습니다. 그 외 기존에 하던 다른 활동들도 외부와 접촉하는 행사만 제외되고 모두 학교 내에서 정상대로 운영되었습니다.

아이 학교를 매일 오가면서 학교 주변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 재미가 꽤 있더군요. 등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시 30분에서 8시 10분 사이에는 학교 안전 요원들이 길 곳곳에 서서 밀려드는 차들과 길을 걷는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돕고, 학교 목사님(Pastor)은 교문에 서서 아이들을 정겹게 맞아 주고 차 안에 있는 부모들과도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넵니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와 인사를 주고받으면 좋은 하루가 될 거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갑자기 날씨가 포근해졌지만 아이들은 이번 텀까지 겨울 유니폼을 입어야 합니다. 블레이져를 입지 않고 긴 셔츠 소매를 높이 걷어 올린 채 이른 아침 1L의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들고 친구와 수저로 떠먹으며 등교하는 아이들도 봤습니다. 엄마 차에서 내리는 어떤 아이들은 그날에 있는 여러 활동 때문인지 학교 책가방, 스포츠 가방, 악기 가방 등 총 5개의 가방들을 꺼내느라 낑낑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학교 근처 큰 대로변의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하루 종일 붙어 있던 딸아이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큰 소리로 잘 가라 몇 번을 외치며 팔을 공중에 저어대는 아이들의 발랄함이 귀여웠습니다. 방과 후 활동 때문에 늦게 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조용한 저녁거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그들의 밝은 에너지가 느껴져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단골 카페, 학교 앞 분식 맛집 

시드니 내 고등학교들의 정규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보통 오후 3시에서 3시 20분 사이입니다. 아이의 학교 주변의 카페들은 오전 6시에 문을 열어서 오후 3시쯤이면 그날 영업을 마무리해 갑니다. 3시 반만 되어도 편의점 외에는 문을 연 카페가 거의 없고, 주문도 받지 않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카페 한 곳은 다른 곳들보다 30분 정도 더 영업을 하는데, 음식과 음료, 친근한 서비스가 일품인 맛집입니다. 

근처 카페들의 음식들입니다. 특히 파스타의 맛이 일품입니다.

어릴 적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방과 후 학교 근처 분식집이나 포장마차에서 분식을 사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로 떡볶이, 튀김, 어묵이었고 겨울엔 붕어빵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즐겨먹는 음식들입니다. 딸아이의 학교 학생들을 보면 등교 전에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에 늦게 까지 남아 있는 11~12학년들이나 방과 후 특별 활동 참여 아이들은 단골 카페에서 음료와 먹거리를 사 먹습니다. 학교 안에 시설이 좋은 카페테리아가 있지만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운영이 될 때도 점심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습니다. 

 

시험에 시달리는 고학년들인 시니어들은 투(two) 샷이 들어간 커피를, 주니어들은 스무디나 바닐라 밀크셰이크 같은 것을 주로 사간다고 합니다. 아이가 주로 먹는 간식은 토스트를 한 버터 베이글입니다. 베이글을 반으로 갈라 버터를 바르고 압축 토스트기로 누른 건데, 짭조름한 것이 달콤한 바닐라 밀크셰이크랑 잘 어울립니다. 아이를 기다리며 그 카페에서 몇 번 커피와 간단한 먹거리를 사 먹어 보았는데 근처 다른 카페들보다 확실히 맛이 좋은 건 인정합니다. 게다가 커피를 만드는 최근에 새로 오신 남자분은 눈에 띄는 이탈리아계 미남으로 매우 친절하십니다.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학교 아이들의 이름도 잘 기억해 낸다고 합니다. 항상 뒤에서 조용히 음식을 만드는 젊은 여자분은 음식 솜씨도 좋지만 손도 무척 빠릅니다. 

 

근처 럭셔리한 카페들과는 달리, 4평 정도의 협소한 공간에 별 장식 없이 이탈리아식 음식을 주로 파는 이곳은 신기하게도 마치 한국의 학교 근처 할머니가 홀로 운영하는 분식집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파는 음식은 한국의 분식처럼 거리 음식이 아닌 일반 카페 음식인데도 뭔가 학생들이 좋아 할거 같은 단맛, 짠맛의 기막힌 조화와 정감 있는 그들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오늘 아이의 아침으로 그 카페에서 파는 토스트 베이글처럼 만들어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비닐에 넣어 주었습니다.

아침에 만든 토스트 베이글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면서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근처 카페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음식을 시켜보고 구경도 하는데, 가끔 저녁을 먹고 올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시드니 하버브리지에서 버스가 서버리는 바람에 갑자기 곳곳이 밀리는 교통정체가 시작되자 재빨리 차를 돌려 근처 자주 보던 음식점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습니다. 꽉 막힌 도로의 차들을 바라보면서 발코니에 앉아 간단한 파스타와 프렌치프라이를 먹으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거리의 풍경과 하늘도 구경하고 있자니 아이도 더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더군요. 특별할 거 없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오래 기억되는 예쁜 추억들로 남았으면 합니다. 

한가한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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