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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바쁠수록 천천히 쉬어가세요

by thegrace 2020. 8. 4.

안녕하세요.

요즘 매우 바빠진 일상 때문에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자주오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얼마 전에는 무사고 운전경력을 가진 제가 도로 한가운데 표지판을 맨 정신에 들이받는 사고를 냈답니다. 다행히 표지판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휘어지는 봉이 었기에 제 차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저는 순간 불이 번쩍해지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마치 섬광과 같은 불빛에 다른 곳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영화 백 투 더 퓨쳐의 한 장면 같은 상황 말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저는 아침부터 바쁜 일정 때문에 운전을 해서 여러 곳을 이동 중이었죠. 분명 제가 잘 아는 도로였고, 표지판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었는데도, 정말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제 뇌가 인식하는 사전 거리를 지나 정확히 회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일단 제 차와 도로 표지판을 빠르게 탐색을 했지요. 당시에는 플라스틱 봉이라는 걸 몰랐던 저는 다시 멀쩡하게 서 있는 도로 표지판을 보고 조금은 안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표지판 위에 달린 철판 안내문을 차 밑바닥이 관통을 했기에 과연 제 차가 무사할지 걱정이었습니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기에 차가 문제가 나면 정말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전화기의 번호를 누른 상대는 제 짝꿍이었습니다. 그 순간 어디에다 연락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제 짝꿍에게 제가 한 첫마디는, " 나 사고쳤어." 였습니다. 우리 집에서 이런저런 사고를 제일 잘 일으키는 자로 낙인이 찍힌 저는 스스로 자백을 했습니다. 짝꿍은 한동안 저의 상황을 묻더니 그냥 가던 곳을 가라고 하더군요. 저는 도로 안전공사나, 가까운 경찰서 가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표지판이 멀쩡하고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더군요. 

 

제 자동차는 앞쪽 플라스틱 범퍼 부분에 스크래치가 간것 외에는 외향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엔진 소리도 다를 바가 없었고요. 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로 갈 때까지 온 신경을 집중해서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를 들어보았지만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습니다. 대략 바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일단 돌아왔습니다만, 혹시나 경찰서에서 제 집을 찾아와 왜 그냥 갔냐고 할까 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제가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단 그분에게 연락한 이유는, 저보다 젊고, 행동 파고,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분이다 보니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여쭙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제 이야기를 듣더니, 통쾌하게 웃더군요. 제 반응이 웃겼답니다. 제 사고로 한 분을 웃겨 드렸네요. 그래도 짝꿍 말만 들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안심은 되었습니다. 오래 산 짝꿍보다 몇 년 안 지인이 더 믿음직스러운 건 왜일까요? 

 

사고가 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가고 있는데, 다행히 차는 평소와 같이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술 한잔 하지 않고 그런 사고를 냈다는 게 정말 충격입니다. 그때 경험에서 느낀 것은,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은 정말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차로 표지판을 부딪히는 순간에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와서 창문이 흐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충격적인 상황 때문에 순간 시력을 잃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운전자들이 사고를 내고 나서 하는 대부분의 공통적인 말로 소위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상태였습니다. 변명 같지만 변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겪으니 무섭더군요.

 

운전을 하면서 종종 저녁준비, 쇼핑, 스케줄 관리, 아이에 관한 문제 등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순간 운전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신호를 보고, 브레이크와 액셀을 밟고 있을 뿐 집중을 온전히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익숙한 도로를 운전할 때는 더욱 그러는 거 같습니다. 그 사고가 난 후 지금까지는 운전을 하면 긴장이 됩니다. 학교 앞을 지날 때, 80킬로 이상의 도로를 달릴 때, 신호대기와 좌우회전을 할 때는 특히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항상 바나나와 물을 챙겨 다닙니다. 혹시라도 당이 떨어지면 판단이 흐릿해질까 봐요. 스케줄도 조금 줄이고 일부러 잠을 일찍 자려고 하고 있습니다. 몸도 정신도 지치는 바쁜 시기이기에 잠을 충분히 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요. 

 

확실히 20대 때와는 다르다는걸 느낍니다. 그때는 며칠씩 밤을 새워 일을 해도 버틸 수 있었고, 친구들과 지구의 종말처럼 온 열정을 불살라 놀고도 새벽에 콩나물 해장국 먹고 들어가서 두 시간만 자고 나면 정신이 말짱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그랬다가는 병원에 실려갈 거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건강 조심하시고 바쁠수록 쉬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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