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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여름방학 프로그램 Sydney Latin Language Summer School

by thegrace 2020. 4. 28.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호주의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호주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시드니 대학에서 12월에 시작하는 여름방학이 되면 일주일 정도, Latin Language School을 오픈합니다

 

The University of Sydney 

 

수업은 오전 9시 정도에 시작해서 4시 정도에 끝납니다.

 

일종의 워크숍 같은 건데 참가할 수 있는 대상은 12살 이상부터(Secondary School in year 7) 성인들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12살 이어도 아이가 초등학생(Primary School Student)이면 참가할 수는 없습니다. 신청서에 학교 이름, 학년 등등을 기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라틴언어 수업이 호주의 고등학교(Secondary School)에서 7학년이나 8학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고 아주 기본이 없이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Beginning Class부터 Advanced Class까지 여러 레벨의 수업이 있는데 신청서에 보면 수업 레벨에 따른 구체적인 수업내용이 설명이 되어 있어서 잘 보고 자기에게 맞는 수업을 신청하면 됩니다. 막상 본인의 의사에 따른 신청이 이루어졌어도 첫 수업에서 학생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반대로 학생의 능력이 그 수업 이상이면 선생님이 바로 반을 교체해 줍니다.

 

이번에 처음 참여를 해봤던 저희 딸의 말로는 첫 수업에서 선생님이 일대일의 질문을 통해 대략 학생들의 레벨 테스트를 한 뒤 바로 반을 교체했다고 해요. 몇몇 아이들이 그 아래 단계의 반으로 옮겨갔다고 하더라고요.

 

레벨에 잘 맞게 들어가는게 왜 중요하냐면, 라틴이란 언어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서 꼼꼼하게 기초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치보다 조금 높게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버려 동기부여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초반이라고 해서 A,B,C,D... 같은 기본을 배우는 게 아니고 문법적인 면도 다룬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라틴수업이 8학년부터 시작이라 당시 7학년이던 아이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던 7살때 친하게 지내던 같은 그룹의 3살 많던 오빠가 라틴을 가르쳐 줘서 기본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정말 엄격히 가르쳤던걸로 기억해요, 단어를 막 50개씩 외우게 하고 시험보고. 

 

잠깐 배우고 한동안 하지 않았지만 배울 때 재미있어했기에 기억을 잘하고 있어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오전에 있었던 레벨수업은 크게 어려움이 없어서 오후에 있었던 워크숍들 중에 지루하고 어려워서 저학년 아이들은 잘 들어오지 않는 라틴 시(Poem)를 분석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들어갔다고 합니다. 온통 어른들 뿐이었고 처음 접해보는 분야에 두 시간이 넘은 강의가 끝나고 나면 머리가 멍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굉장히 재미있어서 삼일을 연속 들었다고 해요.

 

강의는 시드니 대학 라틴학과 교수가 직접 하는데 말도 빨라서 Laptop에 받아 적는데 손가락이 쉴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유머가 풍부하신 분이고 어른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게 오히려 즐거웠다고 했어요. 마치 자신이 대학생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그 외 다른 워크숍은 우주인에 관한 것과 스타워즈에 관한 것을 다뤘다고 하는데, 오후 워크숍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대학교 내에 있는 박물관 견학을 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곳에 가면 고대 폼페이, 로마에 관한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라틴언어가 쓰인 당시의 역사를 접하게 하는 거죠. 제 아이는 그 박물관을 자주 가서 외울 정도라 워크숍에 참여를 한 거고요.

 

 

Sydney Latin Language Summerschool orientation 2019

 

위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상당수의 참여 학생들이 성인들이었는데, 선생님인 경우도 있었지만 라틴을 어릴 적 배우고 계속해서 배워 나가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배움에 게으른 저는 그분들이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호주 전 지역과 외국에서도 이 수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게 해 줘요. 단 가격은 외부 호텔이나 숙박시설보다는 저렴하게 받고요.

 

당시에 한참 호주는 Bush Fire 때문에 힘든 시기였는데, 머나먼 지역에서 신청했던 두 분이 집이 불타버려 참여를 못했어요. 저는 아이를 첫날 데려다주면서 잠깐 오리엔테이션만 보고 나왔는데, 교수님이 이메일을 읽어 주더라고요.

 

"한분은, 집이 며칠 전에 불타버려서 안타깝게도 이번엔 참여할 수가 없으니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른 한분은,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곳 3Km 반경까지 불길이 다가왔는데 아마도 오늘 중엔 집이 탈 거 같아 피난 간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참여를 못할 것만 같다."라고요.

 

교수님이 이어서 말하길, 원래 우리가 명시하길 어떤 경우에도 수업료 반납(Refund)은 안 해 주지만.....(사람들이 박장대소), 이 경우는 특수한 케이스라 리펀(refund)을 해주겠다고 답장을 했는데 내년에는 꼭 참여할 테니 크레디트(Credit)로 해주라고 했답니다.

정말 대단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교수님이 덧붙이길, "내가 라틴을 가르치지만 정말 재미없고 어렵고 요즘은 쓸모없는 언어다. 그런데도 올해 300명이 넘은 많은 사람들이 이 수업을 들으러 온 것에 대해 놀랍게 생각한다."

 

라틴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이러한 워크샵을 통해서 경험을 해보는게 참 좋은거 같아요.

 

 

The University of Sy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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