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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FLL 비하인드 스토리 첫번째 by thegrace

by thegrace 2020. 9. 21.

※ 레고 블록 재활용 캠페인 ※ 

레고 블록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제품들입니다. 잘 부서지지도 않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레고 블록들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지 말고 대를 물려주거나 이웃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레고 블록들을 공유하거나 싼 값에 중고를 구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지구의 환경을 위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FIRST Lego League(레고 로봇 대회)에 관한 글을 올렸었는데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몇 회에 걸쳐 풀어볼까 합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오래전 일이라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글을 쓰면서 신기하게도 그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아이의 관심 때문에 시작된 이 특별한 여행은 놀랍게도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FLL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

아이가 처음 레고 로봇을 알게 된 것은 레고에 푹 빠져있던 시기에 어느 날 우연히 접한 FLL 대회 자료 비디오 때문이었습니다. 6살 생일 선물로 레고 마인드스톰을 갖게 되었고 때마침 홈스쿨링 그룹을 통해 U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레고 로봇 워크숍에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10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는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관계자들의 눈에 약간의 재능이 보였는지, 그날 워크숍을 진행하던 담당자의 소개로 호주 FLL 관계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레고 로봇 방학 캠프에 연락을 받고 가게 되었는데, 모두 남학생들이었고 그나마 자신들의 프로그램과 설계에 바빠서 작은 여자아이에게 눈길을 줄 여력도 없어 보였습니다. 어느 정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은 프로그램 담당자는 제 아이에게 일단 모든 테이블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가는 팀이 있으면 자기에게 말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팀의 팀원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해 보겠다는 거였죠. 아이의 나이가 그 수업을 들어갈 연령이 아니었기에 저도 보호자(supervisor)로써 구석에 앉아 아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는 전체를 쓰윽 둘러보더니 한 그룹의 테이블로 가서 그들이 해 놓은 코딩을 어깨 넘어 지켜보았습니다. 그중, 친절한 한 남학생이 제 아이에게, "혹시 코딩 볼 줄 알아? 볼 줄 알면 우리가 만든 코딩에 에러가 있는지 봐줄 수 있어?"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이는 단번에 에러를 정확히 찾아내 알려 주었고, 그 팀원들은 아이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왜 그 팀으로 갔는지 물었더니, 그날 작업하던 팀 중에 제일 똑똑해 보였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캠프의 마지막 날에는 각 팀들이 자신들이 만든 로봇과 프로그래밍으로 팀 대결을 하게 되는데 제 아이가 속한 팀이 우승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아이가 제공했던 로봇 설계의 아이디어가 운이 좋게 먹혀 들어가 상대편 로봇을 쓰러트리는데 작은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6살인 여자아이라 단순히 로봇을 좋아해서 왔겠지 했는데, 코딩과 설계 그리고 아이디어를 제법 제공하는 것을 본 팀원들은 며칠간의 캠프 기간 동안 어린 동생이 아닌 동료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 캠프를 계기로 FLL 대회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받았고, 그때 만났던 팀원들 중 몇 아이들이 바로 저희 팀에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생팀이다 보니 팀을 꾸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아이들은 크게 성장해갔습니다. 

동등한 작업량 배분과 책임감 그리고 FLL의 값진 경험

보통 처음 팀에 합류를 하게 되면 나이가 어리거나 출전 경험이 없는 경우, 개인이 가진 능력만큼 작업에 동참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처음부터 주요 부분에 투입되기는 어렵습니다. 로봇 경기를 위한 코딩, 설계, 디자인 그리고 임무 수행 등은 특히 오랜 훈련과 경험이 쌓여야 능숙하게 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리서치, 인터뷰, 솔루션, 프레젠테이션 등에 참여를 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팀은 신생팀이었고, 멘토의 원칙대로 모든 작업의 분량을 팀원들에게 똑같이 배분했으며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제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7살 생일을 맞이한 딸아이를 제외한 팀원들은 12살~15살의 남학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도 자신이 맡은 부분의 코딩과 로봇 디자인 및 설계를 직접 했고 경기날 로봇 퍼포먼스에도 투입이 되었습니다. 자료 조사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요한 기업가 또는 관계자와의 미팅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주 훌륭하게 할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팀이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그랬었기에 대회날 프레젠테이션 발표는 물론 심사위원들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팀은 프로젝트(Project)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제 아이를 동등한 동료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준 멘토와 팀원들 그리고 모든 가족들의 생각이 훌륭했습니다.

 

오랜 시간의 반복적인 훈련, 아이디어 회의, 로봇 코딩과 설계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등 어린 나이에 해 내기에는 버거운 작업 과정이었지만 아이는 최선을 다 했고 결국엔 해 냈습니다. 단지 어린 나이에 대회에 참여했던 추억 한 부분이 아닌, 실질적인 작업들을 일찍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점이 다른 팀의 초보자들에 비해 운이 좋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와 성공의 작업 과정을 통해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의식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성숙한 타협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아이가 홈스쿨링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선생님들로 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뛰어난 사회성 발달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하는 여러 활동과 친구 그룹 사이에서 보여주는 아이의 긍정적 성향을 보면, 분명히 FLL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09/17 - [교육 Education/Lego 레고] - 레고 로봇 대회 FLL | FIRST Lego League Challenge

 

레고 로봇 대회 FLL | FIRST Lego League Challenge

※ 한국팀도 매년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있고 일부 학교에서도 STEM 교육의 일환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곳 호주의 FLL Challenge에 대해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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