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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Peach's Journal

AI 시대의 아이 교육: FLL 레고 로봇은 교육의 종합 선물 세트

by 미스피치 2025. 2. 16.
1. AI 시대,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2. FLL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 : 레고 마인드스톰 EV3(Lego Mindstorms EV3)를 알게 되다.
3. FLL 팀을 만나다 : 맥콰리 대학 레고 로봇 워크숍 참여
4. 교육의 종합 선물 세트 FLL : 책임감, 창의력, 팀 워크, 리서치 능력, 발표 능력과 소통(Presentation & Communication), 리더십

1. AI 시대,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몇 년 전, 개인적으로 기록도 남길 겸 아이의 교육에 대한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와 보니 세상은 챗GPT, AI 시대에 대한 화두로 교육의 흐름과 그 속도가 이젠 따라가기도 버거울 만큼 많이 변해 있더군요. 제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온 방 안을 차지했던 레고 로봇과 부속품들은 커다란 박스에 담겨 창고에 보관 중입니다.

 

아직도 레고를 좋아하고 한참 멋 부릴 나이에 화장품 쇼핑보다는 레고 블록 쇼핑을 즐깁니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바빠진 학교 생활로 인해 레고 로봇을 꾸준히 할 수는 없었어요. 대신에 다른 활동으로 그 열정이 고스란히 옮겨갔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래전에 초안만 작성하고 끝맺지 않은 채 남겨 두었던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잘했다고 느꼈던 교육 중에 하나가 레고 로봇이었고, 그 활동을 통해 많은 교육적 성과를 거두었기에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 소스를 찾고 있는 부모님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써 보고자 합니다.

 

 


2. FLL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 : 

레고 마인드스톰 EV3(Lego Mindstorms EV3)를 알게 되다.


FLL: FIRST Lego League(레고 로봇 대회),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아이의 관심 때문에 시작된 이 특별한 여행은 놀랍게도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처음 레고 로봇을 알게 된 것은 레고에 푹 빠져있던 시기에 어느 날 우연히 접한 FLL 대회 자료 비디오 때문이었습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6살 생일이 다가오는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서 찾아보던 중, 유튜브에 우연히 뜬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죠.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다, 레고 마인드스톰 EV3(Lego Mindstorms EV3)를 알게 되었습니다.

설명서를 보며 아빠와 함께 기본적인걸 조작해 보니 뭔가 더 확장된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때마침 홈스쿨링 그룹을 통해 얻은 정보로 U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레고 로봇 워크숍에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이 프로그램의 담당자를 찾아, 아이에게 맞는 그룹과 수업이 있는 지를 문의했는데, 그 담당자는 오히려 자신이 맡고 있는 만 12세 이상 아이들이 참여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권유해 주었습니다. 6살인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레고 로봇 프로그램 없었는데, 아이를 한번 데려와 보라는 것이었죠. 그 이후로 다양한 연령별 프로그램이 생겨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3. FLL 팀을 만나다 :

맥쿼리 대학 레고 로봇 워크숍 참여


레고 로봇 프로그램

담당자가 알려줬던 맥쿼리 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어떤 건물을 찾아 들어가니, 등치가 큰 남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부끄러움보다는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였습니다. 수업을 진행중인 강사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아이와 함께 각 그룹의 남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을 들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미 12살이 넘은 남자아이들이 어린 여자아이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했죠. 그들은 컴퓨터 스크린에 로봇 코딩 프로그램을 짜며 열심히 로봇을 조립하고 조작해 보느라 분주해 보였습니다. 강사의 말로는 '스모 로봇'이라는 주제로 작은 원안에 두 팀의 싸움을 붙이고 먼저 밀려나는 로봇이 지는 경기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원리 이해만을 익힌 상태에서 팀을 구성하여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짜고 로봇 디자인과 작동을 시험해 보며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그룹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구경하며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하던 우리는 어느 한 무리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아이가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 보더니 무언가를 가리키며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걸 빼야 돼"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아이가 스크린을 체크해 보더니, 무언가를 지웠고 연결된 로봇에 프로그램을 다시 다운로드하여 작동을 다시 해보았습니다. 문제가 해결됐다며 좋아하더니 그때서야 작은 여자아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강사는 웃으며 제게,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그룹을 찾은 거 같다며 자기 위치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그 남자아이들의 그룹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고,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한 팀이 되어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자신의 그룹을 찾은 아이를 남겨두고 잠시 커피타임을 하고 돌아왔더니, 한참 '스모 로봇' 경기가 진행 중이더군요. 그리고 참가한 여러 팀들을 다 물리치고 아이가 속한 팀이 1등을 해냈습니다. 착한 남학생들은 내 아이가 제안한 로봇 디자인 때문에 원 안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로봇의 뒷면에 커다란 지지대를 붙여서 상대팀의 로봇이 강하게 밀었을 때 유연하게 뒤로 기울여 그 압력을 감당해 내고 버틸 수 있는 장치였던 거죠. 

 

그렇게 해서 아이는 몇 개월 뒤 FLL 대회에 함께 참가할 자신의 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4. 교육의 종합 선물 세트 FLL :

책임감, 창의력, 팀 워크, 리서치 능력, 발표 능력과 소통(Presentation & Communication), 리더십


FLL 팀

13~15살의 세명의 남학생들과 한 팀이 된 이제 곧 7살이 될 아이는 그렇게 한 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대회를 다니면서 보니, 갓 7살이 된 아이가 프로그래밍, 디자인, 로봇 조작과 프레젠테이션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을 맡아 할 수 있는 것이 상당한 행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거의 볼 수 없는 중등부 그룹 경기였기도 했지만, 행여 같은 팀에 조금 나이 어린 친구가 함께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뒤편에 서서 선배들을 응원하며 팀의 구성원 역할만 할 뿐이었습니다. 원래 초반에는 대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그룹의 활동들을 따라다니며 배우고 익혀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가 운이 좋았던 것은, 우리 팀은 숫자가 적기도 했지만 그룹 구성원들의 편견 없는 태도가 아이가 자신감 있게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죠.

 

거의 1년 가까이 로봇 대회를 준비하고 국제 대회까지 출전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엄마로서 레고 로봇 프로그램이 마치 모든 교육의 종합 선물 세트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임감, 창의력, 팀 워크, 리서치 능력, 발표 능력과 소통(Presentation & Communication), 리더십등 아이들이 어릴 적 배우고 습득해 나가야 할 모든 교육의 기초와 응용이 들어있는 프로그램이다는 걸 깨달았죠. 

이제 대학생이 된 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다듬어 왔었습니다. 해가 거듭되고 자신의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거쳐 대학과 전공을 정할 수 있었고, 어떠한 망설임과 의심 없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직은 그 시작의 출발점에 서 있고,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반드시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또는, 방향을 틀어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저력을 이미 레고 로봇 리그 프로그램(FLL)의 경험을 통해 갖추었기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은 없습니다. 

 

학교에서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산수 문제를 풀며 또래와 경쟁을 할 시기에, 아이는 홈스쿨링을 했기 때문에 그 어떠한 제도적 교육을 따라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다양한 경험으로 채워 나가며 정말 배워야 할 삶의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거죠.

 

오랜 시간의 반복적인 훈련, 아이디어 회의, 로봇 코딩과 설계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등 어린 나이에 해 내기에는 버거운 작업 과정이었지만 아이는 최선을 다 했고 결국엔 해 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멜버른의 어느 회사 대표를 만나 인터뷰도 하고, 작은 손가락으로 온라인상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 읽어 보고 토론하고, 쉽게 해결이 안 되는 로봇의 움직임을 원하는 방향으로 완성할 때까지 수없는 실패를 경험하고, 연한 피부의 껍질이 벗겨질 만큼 단단한 조각들을 떼고 붙이며 노력했던 시간들은 그 무엇보다 값진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승의 트로피를 안았을 때는 엄청난 성공의 짜릿함을 맛봤고, 큰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못했을 때는 자신의 부족함도 깨달았습니다.

 

실패와 성공의 작업 과정을 통해 인내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의식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성숙한 타협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아이가 홈스쿨링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사회성이 아주 뛰어나고 성숙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책임과 최선을 다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상황 판단 능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었고 항상 자발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 속에 놓이면 상대를 배려할 줄 알더 군요. 

 

고등학교에서는 FLL이나 코딩보다는 디베이팅과 스피치 그리고 리더십 활동에 그 열정을 옮겨 갔었고 아이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로봇은 세월이 지나면 손주들에게 주려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미 새로운 모델인 Spike Prime이 Ev3를 대처한 지 몇 년이 지났고, 약 7년을 주기로 새로운 모델을 내놓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쓰던 Ev3는 그때가 되면 구식이 돼버리겠지만, NXT가 EV3 모델이 출시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애용되었던 것처럼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0/09/17 - [교육 Education/Lego 레고] - 레고 로봇 대회 FLL | FIRST Lego League Challenge

 

레고 로봇 대회 FLL | FIRST Lego League Challenge

※ 한국팀도 매년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있고 일부 학교에서도 STEM 교육의 일환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곳 호주의 FLL Challenge에 대해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

thegrace20.tistory.com

 

 

※ 레고 블록 재활용 캠페인 ※ 
레고 블록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제품들입니다. 잘 부서지지도 않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레고 블록들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지 말고 대를 물려주거나 이웃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레고 블록들을 공유하거나 싼 값에 중고를 구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지구의 환경을 위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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