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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홈스쿨링 수학 공부법 토론 수학

by thegrace 2020. 5. 28.
호주 시드니에서 홈스쿨링

저만의 교육철학과 방식에 대해서 몇 차례에 걸쳐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전 그렇게 자랑할만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엄마는 아닙니다. 제 자신을 방목 교육형 엄마라 소개했듯이, 규율이 있는 자유 속에서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자료들을 들여다보던 중, 다른 분들의 교육 경험담을 보면서 많이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경험담을 읽으며 저한테 적용도 해보고, 좋은 부분은 응용도 해 보면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아이 교육 방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저의 경험과 생각이 어떤 분에게는 조금이나마 다른 각도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제 아이의 홈스쿨링 수학 공부법을 응용한다면, 한국에서 요즘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선생님과 엄마의 차이


홈스쿨링을 할 때, 저는 아이의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이는 홈스쿨링을 아무 문제없이 해낼수 있었습니다.

 

홈스쿨링 가정이 다 저와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본 홈스쿨링 가족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의 학습을 지도합니다. 그들은 엄마가 선생님도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교육자도 아니고, 그만한 역량도 못되며 학교 과정을 직접 공부해 자녀를 가르쳐 좋은 대학에 보냈다는 어떤 부모님들처럼 잘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모의 역할이란, 영어나 수학 같은 교과목을 가르쳐 우수한 성적을 내도록 도와주는 것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도덕관과 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되어 주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엄마는 그냥 엄마일 때입니다. 아이가 언제든 편안한 안식처가 필요할 때 항상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고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거 같지만 어렵습니다.

 


선생님이 아닌 엄마가 홈스쿨링 하는 법


제가 아이를 가르치지 않았던 게 우리의 홈스쿨링 방식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세운 학습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난 후, 중점적으로 했던 것은, 공부가 아닌 '공부하는 법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거였습니다. 계획표를 세우는 방법도 아이와 같이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성공과 실패를 거친 후 가장 아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적극 수용해 꾸준히 해나가도록 했습니다.

 

학습은 배워야 할 단원에 관한 자료를 찾도록 도와주고, 처음엔 능숙하지 않아 많이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해 나가도록 기다려줬습니다. 제가 가르쳐 주면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도 스스로 찾아가야 해서 처음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그것마저도 얼마 후엔 속도감이 생겨났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내는 인내와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학습에 관한 뇌 회로가 잘 발달을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의 수학 공부 접근법

토론 수학


홈스쿨링을 계획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 아이가 필수로 배워야 할 수학 과목만큼은 크게 고민되지 않았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수학을 제법 했던 아빠를 믿었죠. 

 

하지만, 딱 한차례 수업을 한 후에, 아빠의 수학교실은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아빠는 분명 훌륭한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그 전달 방식은 절대 제가 생각하는 교육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아이는 기본적인 수학을 배워야 하는 단계는 이미 아니었기 때문에, 아빠는 그에 맞게 고급 공식이 필요한 수학 문제를 가르치려 했었습니다. 아빠의 가르침은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전 한국식의 수학교육이 이곳의 교육문화를 가진 아이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수학교육의 접근법은 문제집에 나온 문제를 풀기 위한 훌륭한 테그닉을 익히거나 빠른 풀이 속도를 연마하는 것이 아닌,  그 근본적 원리에 대한 접근과 이해였습니다. 홈스쿨링을 하기 때문에 학교 교과 과정을 그대로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었고, 순서가 좀 바뀌는 것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어떤 평가 기준을 위해 필요 없는 연습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날 이후 아이의 수학 수업은 저와 수학 사전을 읽고 토론을 하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토론 수학은 제 스스로가 지은 이름입니다. 종이에 문제를 푸는 상식적인 수학학습 방법이 아닌, 아이와 대화를 하며 개념을 이해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공부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토론 수학이란 이름이 적당하다 싶어서였습니다.

 

 

 

수학 사전은 학교를 떠날 때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선물을 주셨던건데, 기본적인 모든 수학 기초과정이 상세히 설명이 되어있었던 쉬운 책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고, 그 의미에 대해 아이로 하여금 제게 설명을 하도록 하며 아이가 어떻게 이해를 해 나가는지를 체크했습니다. 만일 아이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을 때는, 다시 읽거나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문제집을 주고 풀게 하거나 혹은 풀이 속도를 빨리 하기 위한 연습은 없었습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사전에 예문으로 나와있던 기본적인 문제를 풀어 보며 수학 교육과정에 필수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아이는 몇 개월 만에 모든 중등과정의 개념 이해 수학은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있었다면, 시험을 보고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업은 부적합했을 겁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에서는 문제를 빨리 정확하게 풀기 위한 반복적인 연습과 테크닉 연마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수학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였습니다. 

 

왜 수학을 해야 하는지, 그 개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등의 실질적인 교육목적을 이해하면, 문제 해결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발달됩니다. 실제로 제 아이의 수학교육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학교교육 시스템으로 돌아 간 후에도 힘들지 않게 좋은 결과를 받아보고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수학을 즐깁니다. 

 

아이의 학교에서도 하는 수학 교육을 보면 종이에 문제만을 풀지는 않습니다. 팀을 나누어 문제를 해결하며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함께 토론을 합니다. 여러 각도의 가능성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시도를 거쳐 답을 찾아냅니다.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보다는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한 게 이곳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학 교육법입니다. 어려운 계산은 계산기가 있기 때문에, 머리로 계산을 빨리하기 위한 연습을 반복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사고력이 필요한 수학을 하기 위한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이 더 중요합니다.

 

같은 팀인 친구와 문제를 풀기위해 통화할 때가 있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수정하고 수용하는 작업을 하느라 끊임없이 대화를 합니다. 마치 유태인의 하브루타 공부법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크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가 시도했던 토론 형태의 수학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고는 있습니다. 

 


▶교육방법 #홈스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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