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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온라인 수업이 아이에게 끼친 영향

by thegrace 2020. 5. 19.

호주 Australia, 시드니에서 전해 드리는 이런저런 This & That 이야기입니다.

 

티스토리를 하면서 제게 끼친 좋은 영향력이라면, 일기도 쓰지 않는 제가 이곳을 통해 기록들을 해 가는 부분입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 버렸던 생각들, 기억들, 삶의 흔적들을 조금이라도 써나가다 보니, 좀 더 제 삶이 확대된 느낌이 듭니다. 주위를 더 잘 살피게 되고,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되고, 발견하지 못했던 것도 인지를 하게 됐습니다.

 

블로그가 긍정적인 면이 있네요.

 


 

부모들에게는 요즘 학교 온라인 수업에 대한 주제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갑작스런 전세계의 Pandemic 으로 인해 생긴 삶의 변화가 어색하면서도 그런대로 다들 적응을 잘해 나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학교 재 등교를 많이 기다린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온라인 수업의 여러 한계점들로 인한 아이들 학습 불균형에 대해 염려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들도 지루하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제 아이 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쌍방향으로 그때그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이용해 될수록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동참하도록 유도를 했기 때문에 적어도 제 아이 주변 친구들에게서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지루함이나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는 아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학교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거와는 백 퍼센트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괜찮다는 긍정적인 반응들입니다.

 

하지만, 비디오만 보고 숙제를 위주로 해야 하는 방식의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교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들렸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처럼 "상호교류"를 할 수 없는 이러한 온라인 수업은 아이들의 학습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기사도 보았습니다.

 

어찌 되었건 말 많았던 온라인 수업도 거의 끝나 갑니다. 이제 곧 학교가 정상적으로 시작을 하면 예전처럼 완전히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힘들어했던 가족들에게는 다행인 소식입니다.

 

 


 

제 아이는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이후 색다른 면을 제게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는 자신의 방과 물건을 잘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물건을 어지르고 다니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학교 생활이 워낙 바쁘다 보니 항상 그때그때 정리가 완벽히 되지는 못했었습니다.

 

어느 날 방에서 무언가를 하는 소리가 오래도록 들렸습니다. 청소기도 돌리는 거 같고, 뭔가를 옮기는 거 같은 소리가 이어지더니, 곧 아이가 제 방으로 자신의 Lap top을 들고 왔습니다.

 

IKEA에 있는 작은 서랍장을 보여주면서 학용품을 정리할 공간이 필요하니 구입을 했으면 좋겠다며 제 의사를 물었습니다. 이미 둘 공간도 생각해 두고 깨끗이 정리도 다 해 놓았다고 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실용성도 있어 보여 구입을 허락해 주었지요.

 

 

얼마 후에 도착한 물건을 직접 조립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거 같아 방에 가서 구경을 했습니다.

책상 옆 빈 공간에 쏙 들어가 있는 서랍장이 보였습니다. 필요한 공간에 잘 배치를 해 놓았더군요.

 

 

서랍을 열어봤더니 첫 칸에는 언제든지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게 자주 쓰는 펜들과 물건들이 작은 박스들 안에 나뉘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방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들이 정확한 자리에 놓여 있는 걸 선호합니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자신의 방에 머물러 지내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평소에 지나쳤던 것들도 다시 보이고 필요 없는 것들을 없애면서 정리하게 된 거 같습니다.

 

한번 쭉 둘러보니, 옷장의 옷들이며 책장이며 모든 것들이 제가 예전에 해 놓았던 것과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해 놓았던 것 보다도 훨씬 더 잘해놓았더랍니다. 자신이 쓰고 있는 물건이니 당연히 뭐가 우선으로 배치를 해 놓아야 하는지 잘 알겠죠.

 


 

작년에 High school 7학년을 시작하고 욕심 많은 딸아이는 거의 12학년 같은 생활을 했었습니다. 될수록 스케줄을 줄이자는 저와 어떠한 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딸아이의 의견이 분분했었지만 늘 그렇듯 아이의 의사대로 따라줬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바쁜 스케줄로 인해 피로감이 올까 봐 먹을 것을 잘 챙겨주고 컨디션을 살피는 게 최선이었고,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새 학교에서 첫 1년을 잘 보냈습니다.

 

올해 8학년, 두 번째 해를 보내는 지금,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클럽활동들을 못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집중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 같아 보여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장에 있는 책중에 유독 표시가 많은 책이 있어 보았더니 학교 정규수업 중 하나인 종교학에서 쓰는 성경책이었습니다. 수많은 챕터의 성경책의 단원들을 전부 마크를 해 놓았더랍니다. 종교 수업시간에 필요한 단원을 바로바로 찾는데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고안해낸 방법인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챕터와 필요한 부분을 찾으라는 종교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제일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 자신이랍니다.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우리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로는 이제 저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가 더 이상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찡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친구가 보내 주었던 비디오에서 자녀가 대학생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가는 것을, 시를 지어 읊는 미국의 한 엄마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방에 비어있는 물건들과 아들의 온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그 공간에 서서 아이와 함께 지냈던 지난 17년을 돌이켜 보며 아름다운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날이 이제 고작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들이 많이 그리울 때가 올 거 같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저와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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