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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자녀 디지털 기기사용 허용은 어디까지

by thegrace 2020. 5. 26.

'저만의' 교육철학, 이번에는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 허용범위와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앞선, 교육철학: 가정교육, 규율 안에서의 자유 란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거와 같이, 저는 '방목 교육형 부모' 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방목 교육형 엄마는 과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허락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오고 있을까요?

 

사실 대다수 부모님들과 좀 다른 저만의 방식이긴 하지만, 딸아이를 지켜본 결과 괜찮은 방법이었던 거 같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아이의 디지털 기기와 소셜 미디어 사용에 관하여


대부분의 부모님들과 견주어 봤을때, 아이를 학교로 보내고 나서야 저희 부부가 딸에게 허락한 디지털 기기 사용 부분에 대해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처음 휴대폰(모바일폰)을 갖게 된 시점, 처음 아이패드나 Lap top을 사용한 시점, 처음 소셜 미디어(SNS) 사용을 허락한 시점, 그리고 그 외 어른 등급의 영화나 책을 읽도록 허락한 시점과  어떤 결정이든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따라 준다는 점들이었습니다. 특히, 같은 동양인 엄마들 사이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컸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의 고민중 하나는,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의 무분별 사용에 관한 문제들인 거 같습니다. 휴대폰(Mobile Phone) 사용시간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이나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소셜 미디어 관리(SNS control)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단지 학습시간을 빼앗기거나 아이들 시력이 나빠지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나 그 외 많은 사회적 이슈 때문에, 부모님들은 자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십니다.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시점

 

처음 애플(Apple)사의 아이패드(iPad)가 출시된 2010년 4월경에, 제 아이는 아빠 친구로부터 생애 첫 디지털 기기를 선물 받았습니다. 아이가 프리스쿨(preschool)을 들어가기 훨씬 전이었습니다. 저희는 고스란히 아이가 사용하도록 했고, 아이는 순식간에 숨겨진 스크린 캡처 기능까지 스스로 알아낼 정도로 푹 빠져들었습니다.

 

자신의 Laptop을 소유한 건 5살경, 휴대폰(모바일폰)은 8살쯤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SNS)은 High School(6학년이 끝나갈 무렵) 입학시기에 만들었고,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 사용은 Lap top과 휴대폰 소유 시기와 같습니다.

 

현재 아이는 이곳 대부분의 아이들 처럼 왓츠앱(WhatsApp, 인스턴트 메세지), 트위터(twitter), 인스타그램(Instagram), 문자 메시지(text message 또는 인스턴트 메세지), 이메일(email)등을 이용해 친구들과 또는 좋아하는 유명인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지금까지 Lap top, 휴대폰 그리고 소셜미디어 이용시간 때문에 저희와 충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요즘 아이들의 트렌드인 인스타그램을 왜 자주 사용 안 하는지 가끔 물어보기도 합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첨단기술 사업분야에 종사하시는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 노출 시기를 최대한 늦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쪽 분야의 전문가들이기에 이른 디지털 기기와의 만남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과 제 방법은 확실히 달라보입니다.

 

 

 

 

 


 

#사이버 안전 교육 전문 담당자의 실질적 조언

 

아주 오래전,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 사이버 사용 안전을 위한 정보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이버 안전교육 전문가는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어떻게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설명 끝에 그분이 하신 말씀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아이들의 사용시간을 제한하거나 감시를 철저히 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아이들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 뿐만 아이라 성인들조차도 디지털 사용에 대한 절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들만의 디지털 기기 사용 룰을 정하고 모두가 함께 동참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집에 오면 온 가족이 휴대폰을 박스나 캐비닛에 넣고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아이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모든 가족들이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 두어 아이가 언제나 부모의 시선 안에서 사용하는 게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을 줄이도록 가르치는 것, 또는 부모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아이의 사용시간이나 사용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 등은 통제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디지털 기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일상 생활화가 된 아이들에게 사용을 허락하되,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방어'(Defence)보다는 '조절'(Control)이 건강한 디지털 기계 사용습관을 갖게 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한 디지털기기 사용을 위한 방법

아이들을 소비자에서 학습자의 자세로 바꾼다. 

 

아이들의 사용 시간제한을 주거나 항상 부모가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한 단계를 넘어 아이에게 디지털 교육을 접하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호기심은 화면에 보이는 움직임들에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각도를 바꾸어, 어떻게 그 영상이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나에게 전달이 되는지 등의 기술적인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아이는 보고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반대로 개발자의 시각에서 보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호기심의 발산을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게 됩니다.

 

아이 아빠와 아이는 집안의 고장 난 기기들을 해체하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관찰하는 걸 즐겼습니다. 아빠가 오래전에 썼던 Lap top을 분리해 보거나 티브이 안의 부속품들을 꺼내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그 쇳덩어리들을 모으는 아이 때문에 저는 눈치껏 몰래 버리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무엇이 없어졌는지를 바로 알더 군요.

 

제가 홈스쿨링을 할 때 다양한 디지털 교육현장에 아이를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미 그중 몇 가지를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또는 여러 형태의 영상제작과정에 참여하거나 로봇을 직접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을 하여 타스크(task)를 해결하는 어려운 작업도 해 보다 보니, 더 이상 화면에 보이는 자극적인 놀이는 아이의 큰 흥밋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능동적으로 직접 경험해 보는 디지털의 세계를 좋아했고, 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더불어 고도의 집중력과 학습력이 함께 발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가르치는 좋은 방법은 처음 기기를 접하는 시기부터 그 호기심을 개발자의 시각으로 돌리는 거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부모가 못하게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욱 하고 싶어 합니다.

 

홈스쿨링을 마치고 학교를 시작한 후, 학교 아이들과 다양한 각도로 그룹채팅이나 1:1 채팅을 시작 하더군요. 그때 좀 놀라웠던 건,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아이들이 채팅창에 글을 올린다는 겁니다. 홈스쿨링 친구들 사이에서는 밤늦게 까지 채팅을 하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것은 당연히 예의가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늦은 밤까지 뜨는 메시지들 때문에 궁금해서 잠을 못 자거나. 몰래 채팅을 하는 거 같다는 말을 부모님들에게서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또는, 밤새도록 채팅에 빠진 아이 때문에 급기야는 휴대폰 요금 지불을 끊어 버렸다는 어느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소용이 없었던 건, 와이파이를 공짜로 쓸 수 있는 공공기관에서 어떻게든 자기가 하고 싶은 채팅은 계속하더랍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에 식당을 가면, 테이블 위로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올리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틀어 줍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공공장소에서 오랜 시간 조용히 버티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렇게 라도 한자리에 오래 앉도록 하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패턴에 익숙해 버린 후,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반대로 부모로부터 사용제한을 받습니다. 공부해야 하니까 안되고, 시력이 나빠지니가 안되고, 집중력이 분산되니까 안된다고 합니다. 이미 아주 어릴 적부터 사용이 습관화가 돼버린 아이들에게 커서는 오히려 못하게 하니, 아이들 심리는 당연히 더 하고 싶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몰래 하게 되고 부모에게 비밀이 점점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학교 초기에 친구들의 초대로 채팅방에 들어갔었지만, 얼마 후 곧 메시지 알림을 무음으로 돌려버렸습니다. 제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결정하고 한 행동이었고, 제게 말하길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무분별한 채팅에는 그다지 흥미를 못느끼는것 같습니다. 습관처럼 집에서 메시지를 확인을 할때는 제 옆으로 옵니다. 저와 그날 하루일과를 이야기 하며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도 종종 들려주기도 하면서요.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 규칙

Internet Etiquette

초상권 침해에 대한 고려와 매너 있는 언어 사용

 

아이가 소셜 미디어를 처음 이용한 시점부터 사이버 세계의 예절(Internet Etiquette)에 관한 대화를 자주 나누었습니다. 딸아이가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예의를 잘 지켜주기를 바랐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교환할 때 고려해야 할 문제인 초상권 침해에 관한 인식을 반드시 하도록 했습니다. 한번 남긴 기록은 영원히 남게 되기때문에 친구들과 캐쥬얼한 채팅을 해도 항상 염두해 두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우를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죠.

 

아이는 집에 오면 휴대폰을 제 방에 갖다 놓습니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하기 위함도 있지만, 집에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정시간'에 대해 저희들끼리 정한 규칙들을 습관화 들이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아이가 친구관계의 폭이 넓다 보니 오는 연락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만 휴대폰을 확인하고 답장을 한다는 걸 친구들이 알게 된 후로는, 그 시간에 맞추어 연락이 오고 그 외 시간엔 급하지 않은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친구가 급하게 아이와 통화를 하고자 하면 학교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했고, 주로 Lap top으로 학교 숙제를 하는 아이는 자동으로 급한 연락을 전달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학교 이메일은 자체적으로 검열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또 하나의 원칙은 사생활 비공개와 개인정보를 함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입니다. 소셜 미디어 공개 계정에는 절대로 얼굴이 나온 개인 사진들은 올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얼굴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얼굴도 철저히 보호를 해 줍니다. 아이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제 딸과 똑같이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외로 엄격하게 디지털 기기사용을 하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던 시기에 다양한 디지털 프로그램들을 경험하다 보니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났던 저로서는 걱정이 조금 앞섰습니다. 제가 자라온 세상과 정말 다르더군요. 가상의 세계가 현실처럼 자연스럽고,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시간보다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세상과 교류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는 과연 괜찮은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노출을 최대한 늦추려는 규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했던 방식은, 금지보다는 자율 적인 선택권을 주되 안전한 울타리(규율) 안에서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세상은 정말 빨리 변화하고 있고,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삶의 형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나 여러분의 자녀들은 어떻게 해나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교육방법 #홈스쿨링

2020/05/24 - [교육 Education] - 교육철학 규율안에서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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