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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내 아이를 위한 맞춤교육 홈스쿨링

by thegrace 2020. 4. 27.
호주 시드니에서 홈스쿨링

홈스쿨링이란?


홈스쿨링이란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반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 교육자가 되어 가르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요?

 

영어권의 나라에서는 언스쿨링(Unschooling)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학교 교육을 하지 않는이란 뜻으로 해석됩니다. 학교교육의 시스템 안에서 벗어난 형태의 교육을 말하죠. 

 

홈스쿨링의 방법은 가족의 교육철학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홈스쿨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찾아보니 많은 분들이 학교 교육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단지 학교를 나가지 않을 뿐 학교의 교육과정을 심화 학습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엔 아직 학교 입학 전의 어린 자녀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과 함께 학습지를 이용해 집에서 교육하는 소위 '엄마표 홈스쿨링'이라는 방식으로 하고 있더군요. 

 

제 관점에서는 어떻게 하든 큰 범위 안에서는 홈스쿨링이 맞는다고 보지만, 제가 했었던 그리고 제가 속했던 이곳 홈스쿨링 가족 그룹 중에서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시키고자 홈스쿨링을 선택했던 부모는 없었습니다.

 

2010년도쯤, 홈스쿨링이라는 교육방식을 의외로 많은 호주 가정에서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학교에서 문제가 있거나 형편이 어려워 고등교육을 끝내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한국의 경우들을 떠올렸던 게 사실이었고 저 자신이 부끄럽지만 지나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간혹 너무나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중엔 학교 교육이 맞지 않아 홈스쿨링을 할 거라고 생각했기도 했고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의 이 모든 잘못된 시각들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홈스쿨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교육의 차이점에 대한 생각

아이를 낳고 여느 부모들처럼 저도 아이의 교육과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알아보던 시절, 동네 놀이그룹(Playgroup) 부모님들을 통해서 호주의 학교 시스템과 초등 교육(Primary Education) 과정에 대해 듣게 되면서 여러 의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었고 당시엔 결혼 전이라 아이들 교육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내 아이가 생기니 당연히 민감해지는 문제더군요.

 

학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다수의 아이들을 집단 교육의 형태로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조하는 선생님이 함께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반면에 홈스쿨링은 아이의 발달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이 짜여지고 이루어지는 개별 교육형태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신체발달 속도가 다르듯 학습능력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그 속도가 대부분의 기준에서 너무 앞서가거나 아니면 느리거나 혹은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난 성향의 아이가, 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일일이 제공받기에는 동시에 다수의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배우는 학교 시스템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방식의 선택, 홈스쿨링

 

당시 제가 함께했던 부모들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는 없었고 이곳에서 대대로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일반적인 지역 부모들이었던지라 철저히 그들의 관점에서 호주 교육의 현실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듣고 느낀 건, 호주의 교육, 즉 서양의 교육방식이 확실히 제가 받아왔던 교육의 철학과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보다는 좀 더 개개인의 특성과 재능을 존중하고 성적 위주 교육을 지양하며 모든 아이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장점(Merit)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의 문제점은 모든 아이들의 개별적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모임에 손주를 데리고 오던 한 할머니가 제게 말씀하시길, 가끔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공원에 모여있는 걸 봤는데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들은 다른 방식의 교육을 하는 거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제게는 홈스쿨링을 알게 되는 작은 단서가 되었습니다.

 

그쯤에, 호주 전 지역이나 외국에 나가 있는 호주의 부모들,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 교육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포럼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한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카페' 같은 비슷한 형태로 다양한 재능과 명석한 두뇌를 아이부터 자폐증이나 학습능력 발달이 늦는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한 곳에 모여 전문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구하는 곳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은 그 활동을 볼 수 없지만,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제가 속했던 몇몇의 홈스쿨링 부모님들도 그곳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던 공간이었죠.

 

그곳에서 홈스쿨링을 하시는 많은 분들의 생각과 경험을 들여다 보며 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에 대한 해답들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홈스쿨링은 학교 교육이나 원 거리 교육(*Distance Education) 등과 같이 단지 하나의 다른 교육형태입니다. 호주에서는 부모들의 교육철학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원하는 형태의 교육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Distance Education(원 거리 교육)은 먼 거리의 주거환경과 건강상의 이유 등의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호주 주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입니다.


고정된 틀을 벗어난 교육

호주에서 국적과 문화가 다른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보며 크게 깨달은 점은 나와 다름이 틀리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할 때 보편적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보면 '잘못됐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다고 믿는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편해하는 문화 속에서 젖여 살았던 제가, 학교 교육이 아닌 홈스쿨링을 처음 알게 됐을 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거지?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 걸까? 아이들의 사회성은 어떻게 발달하지?

 

그때까지는 홈스쿨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았던 좋지 못한 사건들을 기억하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에 대해 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여러 성공 사례들을 접하며 내가 알고 있던 학교 교육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배워 나갔습니다. 시각과 생각의 폭을 넓히면 더욱 많은걸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At Balmoral Beach

 


호주에서는 어떠한 경우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는가


 

아이가 신동인 경우와 영재인 경우

대부분 나이가 10살 미만으로 어린 나이에 일찍 어떤 분야에 대해 어른들과 비슷한 성과를 보여주는 아이들을 가리켜 신동이라 하죠. 신동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대학생들이 풀만한 수학 문제들을 풀어내거나, 여러 나라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거나, 악기를 잘 다뤄 이미 프로 음악가의 세계로 입문한 경우 등 우리가 종종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기도 합니다.

 

또는, 타고난 높은 아이큐와 뛰어난 학습능력 속도를 가지고 있어 학교 교육으로 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홈스쿨링을 합니다.

 

제가 만났던 아이 중엔, 일찍 배우의 길을 가게 되어 여러 공연과 연습으로 인해 학교에 가기 힘든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이 미래에 하고자 하는 길을 선택했고 상당히 행복해했습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SD(Autism Spectrum Disorder)등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AHDH: 집중 어려움, 과잉행동 및 충동을 포함한 만성질환

*ASD: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 능역이 손상된 발달 장애.

 

보통 이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아이들이 학습능력이 또래보다 부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뛰어난 아이큐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죠. 최상위 1%나 0.1% 그 이상의 아이큐를 가진 아이들 중에 약 70% 이상에서 85% 정도가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학습능력은 뛰어난데 이러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보면 아이큐가 아주 높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대중들은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큐 검사 측정 항목 중 특정 항목이 다른 항목들에 비해 유난히 뛰어난 반면 다른 부분들은 보통이거나 그 이하인 경우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그리고, 아이큐 측정 결과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약 15~20%의 최상위 1%에서 0.1%가 넘는 아이큐를 가진 아이들은 사회성 또한 뛰어나다고 하죠. 성공한 사업가나 사회의 리더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경우라 합니다.

 


학교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자율적인 교육을 지향

홈스쿨링 가족 중에는 아예 기본적으로 학습해야 할 부분까지도 완전히 배재한 상태에서 아이들의 발달 여부와 관심 여부에 따라 방향을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스쿨링(Deschooling)이라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홈스쿨링을 하고자 하는 부모의 교육철학으로, 전통적인 정부 영향을 받는 학교 교육 기관을 벗어나 호기심에 의해 교육받는 제한적이지 않는 학습방법을 택하는 경우입니다.

 

호주의 NSW주의 교육기관인 Board of Studies에 홈스쿨링 등록을 하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시스템을 갖춘 어떠한 교육기관으로는 아이를 보내지 않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독일 출신으로 미생물학(Micro Biology)과 화학(Chemistry) 분야의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가족이 있었는데, 같은 홈스쿨링 가족 중에서도 가장 자유롭고 개성이 강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부모가 학교 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

간혹 학교 선생님 출신의 가족들을 만날 수가 있었는데, 본인들이 교육현장에서 겪었던 이상적인 교육 현실과의 동떨어진 사례들로 인해 본인의 아이들을 위한 효율적인 교육방안을 찾고자 홈스쿨링을 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훨씬 잘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부모의 전문적인 지식이 꼭 홈스쿨링에서 뛰어난 성과들을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스쿨링(Deschooling)과 학교 교육을 적절히 절충해 장점을 잘 살릴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이 훨씬 큰 만족감을 나타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외 종교적인 이유수술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 그리고 잦은 가족여행 등의 수많은 케이스들을 봤지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호주 홈스쿨링 인구


제가 홈스쿨링을 한창 하던 2012~2016년도 말에 호주 홈스쿨링 커뮤니티에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떤 해에는 홈스쿨링 등록자의 수가 전년 대비 갑자기 두 배로 증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많은 쟁점이 됐던 일들이 있었는데 일 년에 2500만 원가량의 비싼 등록금을 받는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부모가 학교를 고소한 사실이 있었고, 교육의 질에 대한 부재와 불만족을 재기하던 부모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세 아들을 20년 가까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던 우리 그룹의 베테랑이었던 한 엄마의 말로는 시드니의 홈스쿨 가족 인구가 Board of Studies에 등록된 것보다 훨씬 많은 6,000가구 정도가 될 거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지금은 더 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가족 중엔 Board of Studies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2년마다 재신청하고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아이들의 학습 리포트를 만들려면 학교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 반영을 해야 합니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가족의 생각은,  이러한 과정이 자신들이 홈스쿨링을 선택한 이유와 반대되기 때문이고 거짓으로 교육 리포트를 작성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에, 아이가 대학을 가고자 하면 그때 가서 필요에 따라 등록해도 되기 때문에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도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지만, 당시엔 많은 허술한 점이 있었고, 그걸 보완하고자 Board of Studies에선 등록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몇 가지 제도를 변경해 홈스쿨링 아이들이 정식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홈스쿨링에 관한 포스팅들은, 제가 과거 호주에서 홈스쿨링을 했었던 경험들을 적은 글입니다. 현재 아이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홈스쿨링을 생각하고 계시거나 현재 홈스쿨링을 하고 계시는 세상의 모든 가족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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