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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홈스쿨링 절차 2단계 학교교육에서 홈스쿨링으로의 전환

by thegrace 2020. 5. 4.
호주 시드니에서 홈스쿨링

 

처음부터 시스템화가 된 학교 교육을 먼저 시작한 후에 홈스쿨링으로 옮겨 갈 때는 때에 따라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한번 속한 집단속에 익숙해지다 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서도 쉽게 벗어나거나 방향을 전환하기가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좋아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굳이 다른 형태의 교육방안을 찾으려 하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해서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가정의 아이가 무조건 학교 생활을 잘하지 못해서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상당수의 홈스쿨링 가정들은 좀 더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찾아주고 싶어서 공부하고 정보를 열심히 찾아 학교를 떠난 경우입니다. 

 

모든 가정마다 방법의 차이가 있지만, 저는 여기서 저와 제 주변의 경우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홈스쿨링 관련 콘텐츠입니다.

2020/04/30 - [교육 Education] - 홈스쿨링 절차 1단계 준비과정

 



학교를 떠나다.


한순간에 홈스쿨링을 결정하고 움직였던 게 아닌 거의 1년여의 시간 동안 정보를 찾고, 여러 교육 관계자나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고, 여러 가능성에 대한 분석들을 해보고 나서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학교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홈스쿨링을 준비했었습니다. 아이에게 처음 홈스쿨링에 대한 제 생각을 얘기했을 땐, 당연히,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학교 시스템과 홈스쿨링과의 차이점은 단지 학교를 나가느냐 집에 있느냐의 차이로만 느껴질 어린 나이였죠.


아이에게 시간을 준다.

 

저희 부부가 결정을 내린 후, 어느 정도 제 자신이 홈스쿨링에 대한 확신이 서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났을 때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절대 강요는 아니니 한번 홈스쿨링 가족들을 만나 보자고 제안을 했고, 아이는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다. 홈스쿨링 가족들과의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고, 그 후로도 시간을 두고 몇 번을 더 만남을 갖으며 아이가 천천히, 편하게 홈스쿨링에 대해 이해해 갈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에게는 학교와 홈스쿨링과의 장단점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겨났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예상했던 거와 같이 학교 생활에서 충족되지 못한 배움의 깊이와 성숙한 친구관계 형성에 대한 갈증들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홈스쿨링 그룹과 단지 친분을 쌓기 위한 만남 만을 갖였던 게 아니라 그 가족들의 제안으로 그들이 함께 하는 과학이나 현장학습 프로그램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는 배우고, 느끼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되었죠. 그 후, 학교의 교육이 아이에겐  그 전보다 훨씬, 너무나 느리고 지루하고 답답해지기 시작했고, 왜 친구들과 자신의 관심사가 많은 거리감이 있는지를 일찍 깨닫게 됐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과의 마지막 인사

 

그날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파티를 해 주고 모두 나와 격하게 손을 흔들며 우리에게 행운을 빈다는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떠날 때, 딱 한 가지 미련이 남았었던 건 가장 친했던 2살 위의 친구를 매일 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키도 제 아이의 머리 두 개가 더 컸고 학년도 달랐지만 그 학교의 *스트리밍(Streaming) 프로그램이라는 교육방식에 따라 함께 수학과 영어를 공부했던 아이였습니다.

 

*스트리밍(Streaming) 프로그램은 학생의 능력별로 그룹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아이도 우리 아이도, 그리고 저도 그 점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유가 아이와 저희 부부의 결정에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때는 이미 제 아이는 홈스쿨링 그룹에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해외에서 홈스쿨링 하기


한국어가 모국어인 엄마가 영어권인 호주에서 홈스쿨링을 한다는 건 굉장한 도전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대단한 용기였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언어의 문제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던 제가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가정교사를 들이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저에게는 고민이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만의 홈스쿨링을 할 것인지. 평소에 대화를 영어로 하지만 제가 학습을 시키는 건 또 다른 언어의 영역이니까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모국어가 영어인 아이에게 한국말로 한국식의 교육을 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는 영어가 한국어보다는 훨씬 편했고 이곳의 문화적 색채를 가진 전형적인 호주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초등교육과정의 아이에게는 제 영어 구사력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아이가 이미 책을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으니까요. 단지, 아이가 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잠깐이긴 했었지만, 가끔 저의 잘못된 발음을 따라 하기도 했었습니다.


홈스쿨링 가능성

 

제가 홈스쿨링을 준비할 때, 무엇을 염려하는지를 잘 이해한 홈스쿨링 부모들은 오히려 제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다고 했습니다. 그분들은 저의 영어 구사력이 홈스쿨링 하기엔 이미 충분하고 자신들이 있으니 항상 도와주겠다며 저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때 제가 홈스쿨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이유는,

 

  • 아이가 책을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 본인의 소유인 Lap top과 ipad 같은 기기들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 홈스쿨링의 교육은 스스로 학습, 즉 자가학습이 주된 교육이라 굳이 부모가 다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된다.
  • 현장 학습과 다양한 경험을 하는 능동적인 교육이다.
  • 학교 커리큘럼을 따르고 공부를 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들은 책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배울 수 있다.
  •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과 공간을 주자.
  • 모든 것을 아이와 함께 의논하고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자.

핵심은, 우리의 홈스쿨링은 아이와 함께 만들고 해 나가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모든 걸 결정하고 그대로 아이를 이끌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무엇을 배울 건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을 항상 대화하고 찾아가며 해 나갔던 점이 저희가 성공적으로 홈스쿨링을 할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선택과 생각이 존중받다 보니, 아이가 자신감이 생기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일찍부터 깨달았습니다. 이 부분이 저희가 홈스쿨링에서 얻은 여러 큰 수확 중 한 가지입니다.

 

 

 

 

 


홈스쿨링에 적응하는 시간


제가 속해있던 그룹의 홈스쿨링 가족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일주일에 한 번 공식적으로 갖고 그 외에 여러 가지의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하면서 거의 매일 만남을 가졌습니다. 어떤 가족들은 한 그룹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그룹들도 함께 다니며 더 다양한 친목을 쌓고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몇 군데를 함께 참여했었지만, 얼마 후부터는 저희와 가장 잘 맞는 한 그룹의 모임을 중심으로 하고, 그 외 홈스쿨링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른 그룹들의 가족들과도 교류를 가졌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면 대부분의 시간들을 집에서 식탁에 앉아 책을 펴고 있는 장면을 상상했던 저는, 막상 홈스쿨링을 시작하고는 거의 매일 아이와 나갔었습니다. 초반에는 여러 시도들을 다양하게 해 보고 저희에게 맞는 거를 찾아가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거 같습니다.

 

한 번은, 제가 부모들에게 질문을 하길, 홈스쿨링에 완전히 적응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가였습니다.

 

모든 분들의 대답이, 평균적으로 최하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여가 지나야, 홈스쿨링에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더 길게도 갈 수도 있고요.

 

반대로 학교에 아이가 입학하고,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고학년이 돼도 숙제를 깜빡했거나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끝내 지를 못해서 부모가 속상한 일이 있기도 하니까요.

 

적응 기간이라는 건, 여러 가지의 시도를 해보고,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겪으며, 우리만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잡기까지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방법을 찾고 나가고자 하는 홈스쿨링 지도를 완성했다 할지라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변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함께 해야 합니다.


(홈스쿨링에 관한 포스팅들은, 제가 과거 호주에서 홈스쿨링을 했었던 경험들을 적은 글입니다. 현재 제 아이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홈스쿨링을 생각하고 계시거나 현재 홈스쿨링을 하고 계시는 세상의 모든 가족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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