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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시드니의 어느 겨울날과 우리 가족의 일상

by thegrace 2020. 6. 28.

6월, 7월, 8월은 호주의 겨울철입니다. 이곳도 4계절이 있지만 한국처럼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섬이지만 워낙 거대한 섬이다 보니 주마다 차이도 큽니다. 얼마 전 소개해 드린 이곳 스키장에는 눈이 충분히 내려서 스키 타기에 좋다고 하더군요. 시드니에서 차로 6시간을 넘게 달려가면 새하얀 눈을 볼 수 있는 겨울입니다.

 

● 시드니의 겨울 날씨

 

별다를 거 없는 시드니 겨울의 어느 날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환한 햇살이 반깁니다. 요 며칠 화창한 날씨이지만, 공기는 매우 차갑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겨울이었습니다. 추운 걸 싫어하는 제가 화창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거위털 점퍼를 입고 나갔더니, 저만 펭귄 같아 보이더군요.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보다 더 놀라웠던 건 여름에나 입을 법한 끈으로 연결된 탑 하나만 입은 여성들이었습니다. 나중에 러시아에서 온 사람에게 들어보니, 시드니의 겨울은 그곳의 초 여름이나 초 가을 같은 날씨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반면에 더운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꽁꽁 싸매고 다니기는 합니다.

 

시내 쪽은 기온이 평균 1~2도 정도가 낮습니다. 하버(바닷가)에 가깝고 높은 빌딩 사이로 치고 도는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아침에 외출할 때 옷을 겹겹이 챙겨 입습니다. 하루에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보니, 체감온도에 따라 옷을 겹쳐 입거나 벗기도 하거든요.

 

어느날 제가 걸었던 산책길 입니다.

시드니의 겨울에 대해 좋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한겨울에도 녹색을 띤 나뭇잎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길을 걷다 본 집인데 예뻐서 찍어 봤습니다. 커피 한잔 사면서 찍어본 거리의 풍경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국의 겨울은 새하얀 눈과 군밤 그리고 뜨끈한 온돌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과 쓸쓸해 보이는 거리 그리고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온몸을 움츠리느라 아파오는 갈비뼈입니다. 한국에 살 때는 무심코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워낙 추위를 싫어하다 보니, 아프리카 같은 곳에 가서 살아야 하나 생각을 하곤 했었죠. 

 

시드니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한국의 늦가을 정도의 날씨입니다. 물론, 한국처럼 온돌이 없고 집을 짓는 방식도 다르다 보니 집에 있을 때는 옷을 껴 입고 난로를 켜 놔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겨울철엔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고, 워터 보틀(water bottle)이라는 고무로 된 물병에 끓인 물을 넣어 안고 있기도 합니다. 어그 부츠가 그래서 유용하죠. 

 

시드니는 약 5주 전부터 학교 재 등교를 시작으로 점점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확진자 수가 늘지 않고 감소 추세이며, 일부 신규 확진자는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 중에 나오고 있어 통제가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재 가동을 시작했던 빅토리아주는 확진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며 재 확산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그 원인을 확실히 밝히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빅토리아 주는 다시 사재기의 조짐이 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뉴사우스 웨일스 주와 빅토리아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들은 아직 봉쇄 상태로, 다른 주에서의 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는 이미 방학에 들어갔고, 공립학교는 한주 더 늦게 약 3주 정도의 겨울방학에 접어듭니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자나 다른 주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만남이 자유롭다 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아이를 봐도 방학 때 만나자는 여러 연락을 받았습니다. 친구 집에서 파티나 놀러 오라는 연락들이 오다 보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긴 겨울방학 여행도 못 가는데 집에서만 답답하게 지낼 수는 없어서 아무래도 친구들과의 왕래는 해야 될 거 같아 허용을 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아마 제 아이는 미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참 하고 있을 겁니다. 약 2주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6개월 전에 예약을 해 두었었지만, 2월에 전면 취소를 해야 했습니다.

 

학교에서 활동하는 분야가 많다 보니 작년 이맘때는 12학년 같이 바쁜 날을 보냈는데, 지금은 그 활동들이나 참가할 대회들이 모두 중지된 상태라 시간이 남아돕니다. 다행히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액티비티를 제시했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드라마 오디션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이곳 학교에서는 스포츠나 그룹 음악 활동 그리고 드라마 같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하는 여러 활동들을 권합니다. 제 아이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실력 있는 연출가를 초빙해 드라마를 무대에 올립니다. 뜻이 있는 아이들은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따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이 들어가고, 완성이 되면 무대에  올라갑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걸 할 수 없다 보니, 전면 계획을 수정하고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 오디션의 형태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팀을 짜든 솔로를 하든 하고 싶은 분야를 가지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이 되면 전문 선생님들과 연습을 거친 후에 공연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어릴 때, 드라마를 해 보라는 제 권유를 마다하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가져온 큰 변화는 공연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작년에는 모금활동을 위해 열었던 장기자랑에서 친구들과 함께 유명한 뮤지컬의 한 부분을 선보여 전체 1등까지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해 보는 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해 보라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방학 동안 친구와 연습을 한 후 텀 3가 시작되면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식단 조절, 연습 보조로 매니저 역을 해주기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블로거 외에 직업이 하나 더 생겼군요.

 

짝꿍은 일주일에 2번 회사로 출근하고 다른 날들은 집에서 일을 합니다. 사무실 팀원들이 수를 나누어 다른 날 출근을 하기 때문에 출근날은 본인의 편의에 따라 선택을 합니다. 짝꿍과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티격태격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편한 점도 있습니다. 장보기, 셔벗 포티(potty) 치우기, 기타 잡일들을 부탁하면 잘 도와줍니다. 언젠가 은퇴를 하고 삼식이가 되면 어떻게 살지? 했는데, 지금 상태로 봐서는 썩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가정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유대관계가 더욱 돈독 해졌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 점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셔벗은 겨울이 되면 잠을 많이 잡니다. 원래도 활동하는 시간은 단 몇 시간도 안되긴 하지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더욱 많이 자는 거 같습니다. 한쪽 눈 윗부분이 유독 털이 없어서 자세히 보니 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털이 좀 빠져 있더군요. 어제 연고를 바르고 콘을 씌어 놨더니 애가 잠을 못 자고 방황하고 다니더군요.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인지 아까는 이불을 덮고 아주 곤히 한참을 잤습니다. 지금은 일어나서 자느라 못 먹은 스낵을 악착같이 챙겨 먹으려고 아빠를 따라다니며 야옹 거리고 있습니다.

 

▼ 잠에 취한 셔벗, feat 무아지경

 

▼ 이사진은 헤어 디자이너의 손길을 기다리는 셔벗이 아닙니다. 

 

▼ 고양이 안테나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겨울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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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 [호주 라이프 Life/호주 일상] - 한국전쟁 6.25와 세대를 뛰어넘는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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