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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고양이 셔벗의 치주질환과 발치 사건일지

by thegrace 2020. 6. 5.

올해 초에 고양이 셔벗이 발치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그녀는 이빨이 하나 없는 상태입니다. 고양이는 임플란트가 불가능하답니다.(농담입니다.)

 

고양이에게 흔히 생기는 치주질환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그녀가 직접 쓴(엄마의 손을 빌려, 본인은 손가락이 없다보니) 발치 사건일지도 들여다보겠습니다.


고양이 치주(치과) 질환

치은염 Gingivitis과 치주염 Periodontitis


 

치주질환인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은 모든 고양이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치아와 잇몸 질환(Dental Disease)입니다. 이러한 질환은 심한 통증과 불편함을 줍니다. 음식을 잘 먹을 수 없기도 하지만, 방치해 두면 뼈 깊숙이 까지 침투해 박테리아가 병에 걸린 조직을 통해 다른 기관까지고 영향을 줄 수 있답니다.

 

▶치은염은 잇몸 주변의 염증으로 경미한 경우는 약물이나 스케일링 등의 방법으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답니다. 

치주염은 치은염이 진전되어 잇몸의 염증이 심해진 경우이며 치료방법은 발치를 하게 됩니다.

 

치은염을 방치 해 두면 치주염으로 진전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미리 관리를 잘해주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의 치아질환은 굉장히 흔하게 발생할 수 있고, 치료 방법이 대부분은 마취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물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그나마 복잡한 치료 과정을 거치지 않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고양이 치주 질환의 원인


특별한 원인은 없지만, 평소에 칫솔질을 잘해 주었다면 발생할 확률은 낫다고 합니다. 셔벗 같은 경우에는 스케일링과 주기적인 병원 검진을 통해 별 이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진전이 된 케이스였습니다.

 

고양이 치아에는 치석이 잘 생깁니다. 치석이 생기기 전에 평소 관리가 중요하지만, 생긴 후에는 스케일링을 해서 깨끗이 해 주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 치주 질환 증상


잇몸 주변이 붉은색을 띤다

구취 냄새가 심하다.

침을 흘리기도 한다.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거나 먹지 못하기도 한다.

체중이 감소한다.

통증에 의한 이상 행동이 나타난다.

예민해지고 혼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셔벗은 이 증상이 나타나기 몇 주 전에 갑자기 감기 증상이 와서 힘들어했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생기가 없었고 코로 기침도 하고 앞발로 얼굴을 자주 닦는 동작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항생제를 받아와 먹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될수록 가만히 두었더니 며칠 후부터는 호전되는 듯했지만, 다시 한번 병원에 검진을 갔을 때는 치주질환으로 인한 통증이 있어 보인다는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셔벗은 의사 선생님의 염려와는 달리 밥은 잘 먹고 살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타고난 '확 찐자'가 확실합니다.


고양이 치주질환 예방법


평소에 칫솔질을 잘해주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예방이 최선입니다. 마취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가끔은 스케일링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스케일링을 하면 조직의 깊숙한 부분까지 깨끗이 청소를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입니다.

 

다행히 셔벗은 치은염에서 치주염으로 진전될 수 있는 단계정도 였기에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해두면 통증이 증대되기 때문에 셔벗이 힘들어지고 나중에는 치료가 더 복잡해 질 수 있어서 발치수술을 결정했습니다. 

고양이 치주질환 치료 - 발치


위의 사진에서 보는 봐와 같이 셔벗은 왼쪽 그림의 상악(Maxilla) 부분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하악(Mandlble) 부분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부분에 염증 증상이 보였습니다. 보기에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편했는지 발로 얼굴을 세수하듯 자주 문질렀었습니다.

 

마취를 한 후, 일정한 시간 후에 발치가 진행이 되었는데, 다행히 심한 단계가 아니라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발치 전에 셔벗의 건강을 체크하고, X-ray를 찍고, 혈액검사 등의 여러 검사를 하느라 오전에 일찍 가서 대기를 해야 했고, 발치가 끝난 후엔 마취가 깨어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거의 7시간 가까이 혼자 있었습니다.

 

치료는, 일반 동물병원 선생님이 아닌, 동물 발치만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가 따로 와서 하게 됩니다. 


고양이 셔벗이 치은염으로 발치를 하게 된 날의 사건을 그녀의 시각으로 한번 쫓아가 보겠습니다.


나의 발치 사건 일지

 

때는 2020년 새해가 시작되고 며칠 후였다.

배꼽시계의 알람을 듣고 깨어난 나는 어제와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하여 열심히 세수를 하고 밥을 줄 인간을 모색하였다. 한데, 이상하다.

 

엄마와 아빠가 내 시선을 피한다.

 

언니는 평소에도 내 밥은 아주 가끔 챙기는 사람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엄마랑 아빠는 왜 내 시선을 피하는 걸까.

 

온 이빨을 드러내고 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사납게 야옹도 해 보지만, 여전히 날 피한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가 무언가 실수를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난날들의 기억을 떠올려 보려 애를 써보지만 나의 30초 땡 기억력 때문에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30초 땡 기억력에 관한 이야기
2020/05/21 - [라이프 Life/호주 일상] - 고양이 셔벗의 다이어리 The Beginning

 

▶아침 7시 30분경

언니랑 아빠랑 내 캐리어를 꺼내더니 열심히 세팅을 한다. 난 그걸 본 순간 감지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병원에 간다는 걸.

 

재빨리 몸을 숨겨보려 했지만 이미 대기하고 있던 엄마의 손에 붙잡혀 캐리어 안에 넣어졌다. 엄마는 내게 뽀뽀를 하며 괜찮다 했지만 난 전혀 괜찮지 않다. 밥도 안 줘서 배고파 죽을 지경인데 게다가 병원이라니. 오늘은 망했다.

 

차 안에서 서럽게 울어 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잠시 후 난 내 단골 병원인 동네 동물병원 대기실에 놓이고 앞으로 나에게 벌어질 일에 대해 나의 숙명이라 생각하기로 하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사실은 병원 측에서 피어놓은 고양이 진정제 아로마 향기 때문에 진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난 그냥 다른 시끄러운 동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가올 운명을 기다렸다. 

 

아침 8시경

가족들이 날 두고 그냥 간다. 난 겁이 덜컥 났다. 병원에 오면 항상 가족들과 같이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이번에는 나를 두고 그냥 가신다. 난 순간, 혹시 또 버림받는가 싶어서 바짝 긴장했다. 흐린 기억이지만 과거의 경험이 나의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략 오전 11시쯤

예쁜 간호사 언니가 들어오더니 나의 왼쪽 앞발의 털을 밀어냈다. 난 너무 겁이 났다. 잠시 후, 팔에서 뭔가 따끔 거리는 통증이 쓰윽 지나가더니,  그 후로는 기억이 사라졌다.

 

난 꿈을 꾸었다. 치킨과 스낵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난 생고기가 가득한 곳에 내가 있었다. 그곳은 완전 천국이었다. 아침을 먹지 못해 배가 엄청 고팠던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언니가 나타나더니 나에게 단호히 말한다.

"셔벗 안돼. 뚱뚱해. No more! 그만 먹어"

나의 아름다운 꿈은 순간 악몽이 되고 말았다. 한 가지 깨달은 건, 먹을게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그냥 먹고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만다.

 

▶대략 오후 2시쯤

난 스르륵 눈을 뜨고 뿌옇게 보이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머리는 빙빙 돌고 멍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런 경험을 예전에도 해 본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예쁜 언니가 오더니 나를 보고는 '스마일' 이란다. 그러더니 울 엄마처럼 날 찍어 댄다.  웃고는 싶지만 썩소를 날린다.

 

▶오후 3시쯤

엄마~!

익숙한 냄새, 목소리, 그리고 감각.

엄마가 날 버리지 않았다. 엄마는 날 보고 무척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건넸다.

" 셔벗 집에 가자."

 

▶그 후

엄마는 내게 말했다. 마치 나의 모습이 술에 만취한 사람 같단다. 일어나서 평소처럼 걷고 있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볼은 바닥에 붙는다. 소파로 뛰어올랐다 싶었는데 이마를 소파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고양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엄마는 내가 침대에 뛰어오르지 못하도록 방문을 모두 닫아 버렸다. 아직 마취가 덜 깨어난 내가 뛰어내리다 중심을 잡지 못해 다칠 수 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그렇게 나는 마셔본 적도 없는 술에 취해 헤롱 거렸다. 

 

▶에피소드

고양이는 임플란트가 안된단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그깟 이빨 하나 없어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단다. 사실 이빨이 빠진 자리가 어디인지 찾기도 힘들다. 살아보니 음식을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난 완치했고 이젠 아프지 않다. 여전히 동물병원을 가는 건 싫지만, 그래도 그날 하루 고생했더니 살만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날 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거다.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들어주신 닭죽만 며칠 먹었더니 질려서 닭죽은 쳐다도 보기 싫다.

 

병원은 미리미리 가자.


▶고양이 셔벗

2020/05/25 - [라이프 Life/호주 일상] - 속보 저에게 우주선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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