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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 in Australia

유태인의 문화교육 미쯔바 Mitzvah으로의 초대

by thegrace 2020. 5. 18.

딸아이가 유태인의 성인식인 미쯔바(Mitzvah) 파티에 초대되어 다녀왔던 에피소드를 통해, 세계문화탐방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국적 문화를 이루고 있는 호주에 살고 있다 보니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물론 한국도 이미 다국적인 문화가 유입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점점 세계는 장벽이 없어져 가고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미쯔바는 단지 그들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유태인의 문화가 아닙니다. 자녀의 교육에 대한 유태인들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문화입니다.

 


 

미쯔바란 무엇일까?

 

 

Mitzvah, 저에게도 처음엔 굉장히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미쯔바는 " a Good Deed" 즉, 선행이란 뜻으로 해석되는데, 종교적 의무와 계명을 따르는 것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종교의식을 엄격하게 배우도록 합니다. 이는,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오랜 세월 동안 지속해 나가고 있는 힘 이기 때문입니다. 

 

미쯔바는 성인식, 즉 본격적으로 유태인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Bar Mitzvah (바 미쯔바)와  Bat Mitzvah (뱃 미쯔바)입니다.

 

바 미쯔바는 13살이 되는 남자아이의 성인식을 말하고, 뱃 미쯔바는 12살 또는 13살의 여자 아이의 성인식을 말합니다. 정통파들은 뱃 미쯔바를 12살로 엄격히 따르는데, 개혁 유태인들은 13살에 미쯔바를 하기도 합니다. 

 

이는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아이들을 성인으로 인정하고, 앞으로 그들의 행동과 판단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인생의 큰 이벤트입니다. 이 행사를 정식으로 치르고 나면, 유태인 공동체 생활의 모든 행사에 성인과 동등하게 참여가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그들에겐 정말 중요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셈입니다.

 


 

미쯔바 행사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미쯔바 초대는 약 한 달 전쯤에 통보가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이 친구가 직접 전화를 해서 의사를 물어보고, 정식으로 우편을 통해 초대장을 보내왔었습니다. 날짜, 시간, 장소, 그리고 모든 가족의 이름이 적혀있는 정식 초대장은 상당히 격식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공식적 행사는 약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유태인의 예배당에서 이루어집니다. 미쯔바의 주인공인 아이는 히브리어로 경전을 읽고 가족과 초대된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성인으로 거듭났음을 정식으로 공표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그날, 아이 아빠가 예배당 앞으로 태워다 주었었는데, 총을 찬 여러 명의 가디언들이 엄격히 초대장을 검사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순간 당황스러웠다고 했습니다. 호주는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아직도 이스라엘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다른 나라와의 갈등 때문에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고용한, 총기 소지 가능한 바디 가드들이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친구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서는 제일 나이가 많으신 집안의 어른부터 차례로 소개를 시켜주었다고 합니다. 제 아이도 예의를 갖추어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하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처음 본 유태인의 예배당은 경건하고 매우 무거웠다고 했습니다.

 

사진 촬영은 철저히 금지가 되어 있어서 어떠한 현장 사진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날 3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의 행사가 힘들기도 했을 법한데, 세계 2차 대전중에 유태인이 겪었던 아픈 역사를 잘 알고 있던 딸아이는, 친구의 할머니 옆에서 경건하게 그 모든 과정을 열심히 지켜봤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의 할머니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 쉰들러 리스트 영화에 출연했었던 분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그 친구의 부탁으로 그날 발표할 연설문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주었었는데, 감독관으로서 잘하는지 지켜봐야 해서 한 눈을 팔 수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친구가 자신이 도와준 연설문을 읽었을 때 마치 잘 가르친 제자를 보는 듯 굉장히 뿌듯했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행사가 다 끝난 후, 저녁에는 자리를 옮겨 파티를 합니다. 파티는 가족에 따라 그 규모가 다른데요, 일부는 라비쉬(Lavish) 파티라 해서 파티 비용만 몇억을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인생의 한 번인 아이의 성인식 파티에 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파티가 단지 즐기기 위한 목적뿐만이 아닌, 아이에게 그만한 사회적 위치를 만들어 주고 스스로 그 책임감을 갖게 하는 의미도 있을뿐더러, 초대된 사람들이 주는 현금 선물의 액수가 규모만큼이나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은 나중에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고스란히 아이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초대된 친구들과의 파티 시간은 약 4시간 정도였는데, 철저하게 아이들끼리 즐길 수 있도록 가족들은 자리를 구분해 파티를 했다고 합니다. 

 

음악 밴드와 먹을거리가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었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그 네 시간 동안 거의 광적으로 놀았다고 하더군요. 파티 때 사진을 몇 장 찍어 오긴 했지만, 대부분 흔들려서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신나게 즐겼다는 증거겠지요.

 


 

예배당 행사와 파티를 위한 준비

 

 

 

 

아이가 파티에 초대된 후 저는 열심히 구글을 두드렸었습니다. 종교적인 의미의 행사이기도 하니 그날 입을 의복부터 선물까지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챙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미쯔바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떻게 준비를 해 가는 게 가장 바람직할 지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일단, 예배당 행사 때는 너무 화려 하지 않으면서도 격식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답니다. 뱃 미쯔바의 주인공은 주로 핑크나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는 다고 해서 그 계열의 색을 피했습니다. 콘셉트가 겹치면 실례가 되니까요.

 

쇼핑을 하러 다닌 것도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아이들 파티이긴 하지만, 친구가 주최하는 파티의 규모에 따라 그만큼 격식을 갖추어야 했기에 좀 신경을 써서 파티복이랑 신발을 골랐습니다. 예배당 행사와 파티 때 입을 옷 두 벌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선물은 두둑한 현금과 함께, 여성이 된 친구를 위해 좋은 의미가 될 책 한 권도 준비했고요.

 

파티장에 가니, 친구가 입은 파티복이 아이가 살까 말까 고민을 했던 것과 똑같은 거였습니다. 정말 그걸 고르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같이 똑같은 드레스를 입었다면 그 친구의 파티가 조금은 엉망이 될뻔했을 겁니다. 

 

아이의 파티 경험담을 들어보니,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부둥켜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나중엔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올 정도로요. 아이는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하나 갖게 됐었습니다.

 

 


 

아이가 High School을 시작한 첫해, 초반쯤 학교에서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모든 학년의 학생들이 뒤섞여 있어 도대체 어디에 아이가 있는지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어떤 아이가 먼저 제게 다가오더니 친절하게 묻더군요.

 

" Excuse me Ms, Would you like me to help you? "

 

어른 스러운 예의범절(Etiquette)을 잘 갖춘 아이를 보고 굉장히 인상적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제 아이의 친구, 바로 그해 미쯔바를 맞이하게 될 아이였습니다. 

 

그 후로도 종종 아이를 보게 되고 제 딸을 통해서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본인들 끼리 있을 때는 그저 또래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지만, 어른들과 대면을 할 때의 그 아이의 태도는 확실히 성숙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유태인들의 자녀 교육방식이 이런 자세를 일찍 키우도록 만드는 거 같습니다. 제가 홈스쿨링을 통해 딸아이의 성숙한 사교의 Etiquette를 일찍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것과 같이요.

 

호주에서는 13살부터 틴 에이져(teengager) 또는 짧게 틴(teen)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아이(child)는 아니지만 어른이 되기 이전 그 사이를 지칭하는데, 어른이 되가는 과정에 놓인 미완성의 성인이란 의미를 부여합니다. 13살에 여는 아이의 파티는 그전에 했던 파티들과는 다르게 하기도 합니다. 십 대가 되는 아이가 좀 더 어른들의 세계를 약간은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부모들은, 여러 아이디어를 동원해 파티의 주인공이 이제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지만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해 줍니다.

 

유태인의 미쯔바와 서양의 이런 생일 파티 문화가 의미하는 바가 어느정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부모에게는 아이일 뿐이지만, 이런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그들을 좀 더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해 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자신이 어떻게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거죠. 

 

대부분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나이이기도 하는 이때, 부모가 자신을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의 컨트롤안에서 움직여야만 하는 아이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당연 아이는 부모와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직 완전히 성인과 같은 성숙한 감정 표출이 서툰 Teen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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