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Life in Australia

RSPCA 에서 입양한 우리 집 고양이 셔벗 Sherbet

by thegrace 2020. 4. 28.

Sherbet mugshot, April 2020

이름: 셔벗 Sherbet

성별: female

나이: 5살

 

저희 집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딸아이의 오랜 소망이었던 고양이 입양을 2016년 12월에 했습니다. 거의 6년이란 시간 동안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 하는 딸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던 날 사실 저도 너무 기뻤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항상 개와 고양이, 때론 애완용 새까지 같이 생활해 보았던 저는 pet을 가까이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아이가 어릴때는 귀여운 피조물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지만 그 마음이 충동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원한다고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일단은 아이가 책임감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나이가 될때까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이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이왕이면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여기저기 들여다 봤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워 아무런 계획 없이 PetBarn(펫반)을 찾아갔습니다. 펫반은 펫 용품을 파는 대규모의 가게이지만 동물병원도 있고 RSPCA라는 동물 입양센터와 연계해서 입양도 할 수 있게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랍니다.

 

일단은 아이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싶어서 구경이라도 가자고 데리고 간 날 순식간에 셔벗이 우리 가족이 되었답니다.

 

작은 아기고양이(Kitten)은 입양이 잘 되기때문에 저희가 구경을 간 날 있었던 몇몇 고양이들은 이미 최소 1살 이상이 된 큰 고양이들 밖에 없었습니다. 구경만 하고 다음에 오자고 했지만 아이는 아무도 집에 데려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실망이 매우 컸습니다. 고양이 케이지 앞에서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 안에서 잠을 자느라 볼 수 없었던 고양이 한마리가 동그란 구멍 사이로 얼굴을 쑥 내밀더라고요. 

 

눈이 얼마나 예쁜지 순간 아이와 저는 "바로 이 아이다" 라고 마음을 빼앗겨 버렸지만 직원이 고양이를 보여주려 꺼내는 순간 전 많이 당황했습니다. 작고 예쁜 얼굴과는 달리 밖으로 나온 고양이는 상당히 컸고, 아니 통통 했다고 해야 하나.

 

털은 검고 노란색이 섞여 썩 매력적이지 못한 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우아하고 예쁜 고양이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고 우람한 그녀의 모습에 딸에게 "다시 생각해 보면 안될까? 넌 키튼을 원했잖아."라고 설득을 시도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딸은 너무나 완고하게 "난 이 애가 너무 좋아. 고양이는 1년만 되면 다 커. 어차피 키튼을 입양해도 금방 이렇게 클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습니다. 

 

Sherbet 2020

셔벗은 센틀럴 코스트(Central Coast) 라는 시드니 북쪽 지역 입양센터에서 6개월 여를 보내고 입양이 되지 않아 시드니까지 왔는데 온 지 이틀 만에 우리를 만났답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전 주인이 이사하면서 아이를 놓고 갔고 RSPCA에 구조가 되었는데, 믿었던 주인에게서 상처를 받은 마음이 컸던지 겁이 많고 사람을 많이 경계한다고 했습니다. 

 

입양을 하는 절차는 크게 까다롭지는 않지만, 저희집 환경이 아이에게 적합한 지, 가족 구성원은 어떠한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지, 왜 입양을 생각하는지 등등을 꼼꼼히 물어보며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었습니다. 물론 셔벗은 방 구석 물건 뒤로 몸을 숨긴 뒤였지만요.

 

사실 그날 바로 데려올 수는 없지만 아이가 너무나 간절해하는 걸 보고 여러 가지를 체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2시간으로 당겨주었고 저희는 그동안 필요한 물건들을 쇼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으로 데려와도 일주일 정도는 정식 입양이 된걸로 처리가 되지 않고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의 성격이 맞는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엘러지(Allergy) 반응이 생기는지, 고양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을 하는지 등등을 가늠해 보는 시간을 보낸 뒤 아무 이상이 없으면 정식 입양 처리가 됩니다. 

 

저희가 좋은 물건들로 쇼핑을 하니까 직원이 말하길, 많은 아이들이 입양되는 집에서 일주일도 안되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으니 급히 필요한 것만 사고 당장 모든 걸 구입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은 무료로 제공해 주겠다며.

 

이유는 새로운 가족과 성격이 맞지 않거나, 없었던 엘러지 반응이 나오거나, 변심의 이유 등 여러 이유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데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또 한번 상처를 겪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저희는 일단 모든 물건을 다 사고 아이를 새로 산 캐리어에 담아 조심스레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캐리어로 옮길 때 셔벗의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마치 태어난 아이의 처음 소리를 듣는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겁 많고 소심한 액션을 취했던 셔벗은 집에 오더니 순식간에 제 집인양 편안히 자리를 잡더군요. 아마 셔벗이 보여준 여리한 모습은 입양되기 위한 연기였던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Sherbet 2020 today

댓글